2015년 설립 이후 폭풍 성장 … 새벽배송 개척·매출 2조 돌파높은 비용 구조에 만성 적자 … 2023년 IPO 결국 연기올해 첫 반기 흑자·네이버 협업·해외 진출로 반전 모색
  • ▲ 김슬아 컬리 대표 ⓒ네이버
    ▲ 김슬아 컬리 대표 ⓒ네이버
    컬리가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2023년 적자와 시장 위축으로 상장을 연기한 지 2년 만에 다시 도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9일 서울 종로구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컬리는 2015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대표가 설립했다. 국내 첫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출범 첫 해 29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매년 세 자릿수 성장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2020년 매출 1조원, 2021년 2조 원을 잇달아 달성했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 배송하는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고 뷰티 플랫폼 뷰티컬리까지 론칭하며 영역을 넓혔다.

    외형 성장에 힘입어 2021년 7월에는 기업가치 2조5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에 올랐다. 같은 해 12월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 이면에는 높은 비용 구조라는 한계가 있었다. 물류센터 구축 등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고 심야 배송에 따른 인건비와 재고 관리 비용까지 겹치며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컬리는 매년 1000억~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컬리는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에는 IPO를 미뤘다. 적자 지속과 경기 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 평가까지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올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컬리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1억원, 매출 1조159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1분기 흑자에 이어 2분기 연속 수익을 거두며 수익 구조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흑자 기조를 발판으로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출범시키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컬리N마트에서는 스마트스토어의 인기상품과 컬리의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을 통해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컬리의 물류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이달 초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전용 온라인몰 컬리USA 운영을 시작했다. 컬리USA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미국 전역에 48시간 이내 배송하는 역직구 서비스로 주요 타깃은 현지 한인 소비자다.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에서 포장된 상품을 글로벌 물류업체 DHL을 거쳐 미국까지 배송한다. 다만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당분간은 초대 회원을 대상으로 제한 운영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첫 해외 법인 컬리 글로벌을 세우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베타 테스트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현지 거주자 100명을 앰배서더로 선정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지원자만 2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컬리의 변화가 상장 재추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선도 기업이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네이버 협업 효과와 흑자 추세가 굳어지는 시점이 IPO 재도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