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700명 로비 집회, 부고장까지 걸며 위기감 표출노조 비대위 출범, IMF 협의단·원장 면담 앞두고 ‘총력전’금융위 제재심·분조위 이관설에 갈등 전선 확대 조짐이 원장 침묵 지속…결단 지연이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
  • ▲ ⓒ연합
    ▲ ⓒ연합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에 반발하며 사흘째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키며 투쟁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침묵을 지켜온 이찬진 원장이 내일 노조를 만나는 것으로 확인돼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는 검은 복장을 한 직원 700여명이 다시 모였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로비 한쪽에 근조화환을 세우고 명패를 내려놓으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 했다”는 부고장을 걸었다. 조직 해체 위기에 대한 절망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

    노조는 이날 윤태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비대위는 첫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수위를 논의했으며, 국제통화기구(IMF) 협의단에 금감원 독립성 훼손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어 내일 예정된 이찬진 원장과의 면담에서도 같은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 개편안이 단순히 금소원 신설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윤태완 위원장은 집회에서 “이제 구호에 금융위라는 말이 들어갈 때가 됐다”며 조직 확장 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이찬진 원장은 이날도 시위 현장을 지나쳤지만 노조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원장이 결단을 미루는 사이 조직의 독립성과 권한이 무너질 수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외부 금융사 CEO를 만날 때처럼 우리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와의 면담은 이 원장이 처음으로 노조와 공식적으로 마주 앉는 자리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 속에서 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금감원의 향방뿐 아니라 금융당국 전체의 개편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