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9일 간담회서 소비자 보호 강화 주문저축은행, 비대면 본인인증 과정서 안면인식 한계 호소"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 달라 … 성형 고객 인증 실패 잦아"정상 거래 지연·불편 사례 속출 … 신분증 사진 주기적 업데이트 필요성 제기
  • ▲ 코 성형 광고 사진ⓒ인터넷 캡쳐
    ▲ 코 성형 광고 사진ⓒ인터넷 캡쳐
    AI 안면인식이 막힌 이유, 해커가 아니라 성형외과였다. 금융권에서 터져 나온 이색 하소연이다.

    과거에 찍은 신분증 사진과 현재 얼굴이 너무 달라 안면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거래 지연 등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가 한국인 만큼 안면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대적으로 신분증 사진 업데이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개최한 소비자보호 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한 '성형 변수'가 난제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모 저축은행 대표는 회사의 안면인식 시스템 정확도가 거의 100%에 달하지만 "요즘 성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과거에 발급한 신분증 사진과 차이가 발생해 본인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할 수 있는 사항이 없을까 한다"고 금융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AI 안면인식은 얼굴의 고유한 '특징점'을 잡아내는 기술이다. 눈, 코, 입의 위치와 비율, 얼굴 윤곽 등 고유의 생체 정보를 비교해 본인 여부를 판단한다. 

    인증 시 AI는 카메라에 비친 얼굴의 특징점을 추출하고, 이를 기존에 등록된 신분증 사진과 비교하는데, 과도한 성형수슬의 경우 값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다. 인구 1000명당 8.9명이 성형수술을 했다. 19~29세 여성의 약 25%가 코수술 등 성형수술을 받고 서울 거주 여성의 20~33%가 성형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안면인식 실패로 인한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사진의 주기적인 갱신을 유도하는 제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주민등록증은 재발급 의무가 없기 때문에 10~20년 전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고등학생 때 만든 민증으로 안면인식을 수십번 시도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이건 AI로도 식별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분증 최신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