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기준 재조정 좌초 가능성배당소득·상호금융 비과세 논란 이어져외국인 의료관광·교육세 개편도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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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정치권과 업계, 납세자 반발에 부딪히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기국회 ‘세법심사’ 이전부터 납세자들의 반대 목소리에 정치권이 호응하며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적 압력까지 겹쳤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리고 과세 체계를 정상화하며 세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취지의 이번 세제개편안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이미 빠듯한 나라 곳간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의 공식 입장을 청취한 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재조정할 예정이다.윤석열 정부에서 종목당 50억원으로 완화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되돌리려던 정부 계획은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현행 50억원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국민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전자청원 '국민 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 만에 5만명을 돌파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큰손 투자자들의 연말 매물이 시장을 끌어내리면서 일반 개미투자자까지 손실을 본다’는 심리에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다수 투자자가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소 100억~20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주식 거부’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회견에서 “특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한 개 종목 50억원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50억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밝혔다.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다시 테이블에 오른다. 정부는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 14% ▲2000만원~3억원 20% ▲3억원 초과분 35%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최고세율을 20%대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최대세율 25%로 하향까지 논의가 된다면 본격적인 글로벌대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법개정 논의 중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라며 "최고세율이 정부안대로 35%로 확정되면 시장의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30% 이하로 결정될 경우 증시에 긍정적 재료로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 합리화 조치도 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농어민을 제외한 준조합원에게 내년 5%, 2027년부터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원은 현행대로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며, 소득이 낮은 준조합원도 기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자격요건과 무관한 과도한 면세 혜택이 부유층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저율 분리과세(5~9%)가 14% 이자소득세 대비 여전히 유리하기 때문에 업계가 주장하는 ‘예탁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오히려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덕분에 저율 과세를 누리려는 자금이 더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외국인 관광객의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 종료 방침에는 의료계 등이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면 10% 부가세를 환급받았으며, 강남권 성형외과 업계는 이를 ‘택스프리 의료관광’ 마케팅에 활용했다. 기존 특례를 연장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과, 특정 업계 이익에 외국인 세제 혜택까지 제공하는 것의 적절성 논란이 맞물려 있다.금융·보험업계에서는 수익금액 1조원 초과분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인상하는 개편안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교육세 납부액은 총 5063억원으로, 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지난해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약 4758억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미 납부한 금액까지 합치면 9821억원에 달한다.한 당국자는 “정부는 납세자 부담 능력과 조세 형평성을 고려한 세법개정안 취지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며 “국회 세법심사에서 여야를 상대로 성실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