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에도 간호사 등 필수 인력 공백 심각응급실·중환자실 필수 인력 제외…외래·수술은 정상 운영노조 "정부·병원 외면 땐 공공의료 위기 불가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4곳이 17일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노조는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진행한 뒤, 병원과 정부가 이를 외면하면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위기의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바로 세워 국민 건강권을 지키겠다"며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현장에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 약 800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노조는 ▲간호사 등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 확충 ▲실질 임금 인상 ▲공공의료 확대 등을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박나래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전공의가 돌아와도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며 "병원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인력은 파업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외래 진료와 수술은 정상 운영되지만 일부 검사와 행정 업무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에도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일주일간 파업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가 교섭 타결로 철회한 바 있다.

    이번 공동 파업은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립대병원 전체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공공의료를 떠받쳐야 할 국립대병원이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필수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공의 복귀로 일시적으로 의료대란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인력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환자단체는 이번 파업을 바라보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지난 의정 갈등으로 환자들이 볼모가 돼 고통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며 "환자들의 울분은 결국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의사 충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군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인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이 단순한 처우 투쟁을 넘어, 공공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경고라는 점에서 향후 정부와 병원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