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기업집단 감시고삐 단단히 죌 것" 처벌강화 예고 인력 충원 추진 … 집행역량 강화로 사건처리 가속도 붙을듯주 위원장 체제서 재벌개혁 드라이브 걸 가능성 높아져 징벌적 입법·정책 이어 공정위 제제 수위 높아지면 기업 옥죌 우려
  •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뉴시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뉴시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 불공정행위 엄벌을 예고하면서 기업 규제 고삐를 죌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주 위원장은 그간 재벌 지배구조와 대기업 불공정행위를 저격해온 만큼 기업을 겨눈 공정위의 칼 끌이 한층 예리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공정위 인력 충원 필요성 언급과 맞물리면서 공정위 위상과 권한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가와 학계 등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비판과 개혁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인사다. 

    최근 취임식에서도 주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소수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성장 등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시장 시템의 혁신 역량을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두고 '착취'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문제 삼으며 강력 규제를 예고했다. 주 위원장은 "기술 개발과 효율적 경영으로 혁신적인 기업은 키우고, 불공적한 착취와 사익편취에 자본을 탕진하는 기업과 기업집단은 엄벌해 창의적인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시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공정위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했다. 또 "기업집단 내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선 캠프 경제2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던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도 "지금까지 공정위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어 "기업이 징벌적 처벌의 부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 행위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과감한 개혁이 있어야 뿌리 깊은 기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 일부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거 문재인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전 위원장을 지명하며 재벌 개혁을 내세웠다. 당시 대기업 집단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중점 조사하는 기업집단과가 기업집단국으로 승격됐고, 주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적으로 제재했다.  

    일각에선 주 위원장이 김 전 위원장 당시보다 더 강도 높은 기업제재와 재벌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기업집단국 확대 방향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데 이어, 대기업 집단에 대한 보다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내서다.

    공정위 조직도 확대될 전망으로 체급과 위상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재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공정거래 관련 조사 인력을 대폭 증원하기로 하고 충원 규모를 150명으로 제시했다. 공정위 정원은 현재 647명으로 약 20% 늘어난 800명 수준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인력이 확충되면 공정위의 집행 역량이 강화돼 사건 처리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공정위는 진보정권에서 몸집이 커지고 재벌개혁 기조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공정위 정원이 증원되고 권한과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규제 입법과 공정위의 강화된 제제 수위가 맞물리면서 기업 경영 환경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노동안전 종합대책 등 징벌적 입법과 정책이 이미 기업 현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정위의 보다 강력한 제제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중첩 규제 속에서 투자와 고용 확대 의지가 꺾여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동력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둥지를 틀어야 알을 품고 부화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업이 둥지조차 틀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전제돼야 하고, 세계 각국도 자국 산업 부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일변도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