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와 대담서 “중립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 필요”비은행권 절반 차지… 금융안정이 한국 핵심 과제물가안정목표제 강조하며 “정치 외압 차단하는 장치”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엔 “자본자유화 의미…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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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 금융안정 문제를 고려해 다른 나라보다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안정목표제가 정치적 압력을 막는 장치라고 평가하면서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신중론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별 강연을 마친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대담에서 “한국은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금리를 다른 나라보다 약간 높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빠르게 성장해 이제 한국 금융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규제가 덜 엄격하다”며 “대규모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금융안정이 핵심적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립금리를 고려할 때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그래서 금리를 조금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가계부채와 비은행권 리스크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다음 달 금리 인하 기대가 있었지만, 금융안정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운용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두고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언가를 해달라는 정치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그건 내 임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덕분에 중앙은행은 장기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데 대해 이 총재는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2%라 기뻤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책무를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조절한다.

    이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국은 자본 유출입 관리 정책이 완전히 자유화돼 있지 않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해외에서 원화 예금 보유가 가능해지고, 이는 사실상 자본 자유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 총재를 “열정적인 골퍼”로 소개하며 통화정책을 골프에 빗대 “성공하려면 올바른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IMF가 내 골프 가방에 많은 클럽을 담아줬다”며 답했다. IMF에서 8년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낸 경험을 돌아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