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강검진 받은 287만 명 추적 분석…젊은층 지방간, 암 고위험군 확인비만·알코올 복합 원인, 대장암·신장암·갑상선암 등 조기 발병 뚜렷분당서울대병원 "청년층 맞춤형 조기 검진 전략 시급"
  • ▲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준호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석송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김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준호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석송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김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지방간이 단순한 '간 질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내 20·30대 지방간 환자가 일반인보다 50세 이전 암 발병 위험이 20%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제시된 것이다. 특히 대장암·신장암·갑상선암 등 비만과 직결된 '젊은 암'에서 위험이 크게 뛰어올라 청년층을 새로운 암 고위험군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준호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고려대의대 정석송 교수, 교신저자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13~2014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0대 287만7245명을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피인용지수 12.0)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지방간질환(steatotic liver disease)이 있는 청년층에서 조기 발병암 위험이 일반인 대비 약 20%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사이상성 지방간 환자는 19%, 대사·알코올 복합성 지방간 환자는 12%,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1%로 모든 유형에서 암 발병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비만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비만 관련 암'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대장암의 상대위험도는 최대 1.32배, 신장암 1.53배, 갑상선암 1.36배, 자궁내막암은 무려 3.78배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젊은층 지방간질환이 간 질환을 넘어 전신 암 발생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간질환은 비만·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과 음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지방간염과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청년층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간연구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20·30대 지방간 유병률은 34.3%로, 세 명 중 한 명 꼴이다.

    하지만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워 대다수 환자가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 발병 위험이 높음에도 정작 조기 진단이나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준호 교수는 "50세 이전에 발생하는 암은 진행이 빠르고 공격성이 강해 조기 진단과 치료 여부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며 "비만과 지방간질환은 젊은층에서 간과되기 쉽지만 암 발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맞춤형 검진 전략과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암 검진 가이드라인 마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기 암 발병 위험군을 보다 정밀하게 규정하고 예방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