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연구팀, 바이러스 없이 내이 전달 플랫폼 개발 … 효과 23.5배 향상마우스 모델 청력 회복 입증 … "조기 진단·중재가 치료 성패 가른다"
  • ▲ ⓒ연세대의과대학
    ▲ ⓒ연세대의과대학
    유전성 난청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 플랫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사용하지 않고 내이에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법 대비 편집 효율을 23.5배 끌어올려 안전성과 효과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연세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정진세 교수,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 노병화 박사, 라무 고팔라빠 박사 공동연구팀은 난청 치료용 유전자 가위 전달체인 eVLP(engineered Virus Like Particles)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Therapy'(IF 12)에 게재됐다.

    전 세계 난청 환자는 5억명에 달하며 선천성 난청의 절반 이상은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현재 치료는 보청기·인공와우 등 보조기기에 의존하지만 완치법은 없다.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바이러스를 이용한 전달 방식은 종양 발생·면역반응 등 부작용 우려가 컸다.

    연구팀이 개발한 eVLP는 Cas9 단백질과 sgRNA를 결합해 표적 유전자에 정확히 도달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난청을 유발한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기존 바이러스 전달체 편집률이 0.6%에 불과했던 데 비해 eVLP는 평균 14%, 최대 50%까지 편집률을 끌어올렸다.

    치료 7주 후 청력검사에서는 약 20dB의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 내이 외유모세포의 전기적 특성도 정상에 가까워졌다. 치료 전 –49mV 수준이던 막전압이 –59mV까지 회복돼 청각 증폭 기능이 회복되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또한 유전자 편집 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도 입증했다. 성체 마우스에 투여했을 때는 의미 있는 청력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진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아닌 물질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귀에 적용해 청각 기능을 회복시킨 세계 첫 사례"라며 "마우스 연령별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질환이 악화되기 전 유전성 난청의 조기 진단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임상적 시사점을 함께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인공와우 이식 등 기존 청각재활법을 대체할 수 있는 정밀의료 기반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