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글로벌 2000대기업 10년 성장세 분석美 575 → 612개, 中 180 → 275개, 韓 66개 → 62개첨단·헬스·IT 트렌드 속 韓, 금융기업 위주 한계막대한 정부지원·규제철폐 지원 업은 中 기업의 활약주52시간·노란봉투법 등 각종 규제에 몸살 앓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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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전경. ⓒ대한상의
글로벌 2000대 기업의 성장세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중국 간판기업의 성장스피드가 한국보다 6.3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새로운 신규진입이 많았다는 의미로, 중국 기업생태계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 통계를 분석한 ‘K-성장 시리즈 (1)편’을 발표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의 변화로 본 韓美中 기업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00에 속한 미국기업은 10년 전인 2015년 575개에서 현재 612개로 늘었다. 그사이 중국은 180개에서 275개로 폭증한 반면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줄었다. 중국 기업생태계에 ‘신흥 강자’들이 대거 출현한 셈이다.포브스의 글로벌 2000은 시장 영향력, 재무 건전성, 수익성이 좋은 리딩(leading)기업을 모은 것으로, 국가별로 분석하면 그 나라 ‘기업생태계의 힘’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기업생태계의 성장세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보다 미흡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한국 생태계(한국기업의 합산매출액)가 2015년 1조5000억 달러에서 올해 1조7000억 달러로 10년간 15% 성장한 반면 미국은 63%(11.9조 달러→19.5조 달러) 성장했다. 중국은 95%(4조 달러→7.8조 달러) 성장했다. 성장스피드가 한국의 6.3배에 달하는 셈이다.대한상의는 “중국의 기업생태계가 ‘신흥 강자’를 배출해서 힘을 키웠다면, 미국은 ‘AI 등 첨단IT를 활용한 빠른 탈바꿈’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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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은 엔비디아(매출 성장률 2787%), 유나이티드헬스(314%), 마이크로소프트(281%), CVS헬스(267%) 등 첨단산업·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을 주도했으며 스톤X(금융상품 중개, 매출액 1083억 달러), 테슬라(전기차, 957억 달러), 우버(차량공유, 439억 달러) 등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신규 진입하며 기업 생태계의 스피드를 올렸다. 여기에 실리콘밸리·뉴욕·보스턴 등 세계적인 창업생태계를 바탕으로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도어대시(음식배달), 블록(모바일결제) 등 IT기업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냈다.정부 주도 막대한 투자 쏟는 中, 성장 속도 더 빨라져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그동안 노동집약적 생산 체제에서 기술 산업으로 전환을 성공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불과 10여 년 전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볼펜심조차 못 만든다'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한탄에서 천지개벽한 변화다.실제로 중국은 알리바바(이커머스, 1188%), BYD(전기차,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게임, 671%), BOE테크놀로지(디스플레이, 393%) 등 첨단기술·IT 분야 기업들이 주로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파워차이나(에너지, 849억 달러), 샤오미(전자제품, 509억 달러), 디디글로벌(차량공유, 286억 달러),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181억 달러) 등 에너지, 제조업, IT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으로 진입하며 성장 스피드를 올렸다.반면 한국은 SK하이닉스(215%), LG화학(67%) 등 제조업과 버티고 있었지만, KB금융그룹(162%), 하나금융그룹(106%), 등 금융업이 성장이 눈에 띈다. 2000대 그룹에 새롭게 재된 기업은 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대부분 금융기업들로 나타났다.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산업 위주였던 한국 산업이 금융을 앞세운 서비스 산업 위주로 전환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펀더먼털(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韓, 기업 지원 보다 규제 위주… 中과 격차 벌어질 수 밖에대한상의는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생태계 정책을 제언했다. 한국기업 생태계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로, 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성장할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중국이 2001년 제조업 경쟁력 23위에 불과했지만,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독일 다음가는 2위 국가로 수직상승한 배경에도 이같은 막대한 기원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AI·반도체·바이오·우주 등 최첨단 산업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R&D 지출은 705조원으로 한국 전체 예산보다 많다. 이 중 82%는 원천 기술이 아닌 상용화를 위한 개발 단계에 투입된다.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과감한 건너뛰기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 팔아치우며 역으로 기술을 쌓을 수 있는 것도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극도로 적은 탓이다. 반면 한국은 최첨단 연구개발 인력들의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묶는다거나 노란봉퉁법 같은 기업 옥죄기법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김영주 부산대 교수가 12개 주요 법률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고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한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달초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이를 위해 우선 메가샌드박스라도 활용해 일정 지역, 일정 업종에서라도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에 ‘규제 Zero 실험장’을 만들어 기업들이 AI 등 첨단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얘기다.둘째로 지원은 ‘균등하게 나누기’보다 ‘될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할 것을 권했다. 영국의 ‘섹터 딜(Sector Deal)’을 참고해 산업계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정부가 협상을 거쳐 프로젝트에 매칭 지원하면 프로젝트에 속해있는 대·중소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이 분배된다는 설명이다.마지막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면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처벌’, ‘규모별보다 산업별 제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안된다’며 원천적으로 막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열린 규제가 필요하고, 기업 사이즈별 차등규제보다는 산업별 영향평가를 실시해 규제를 걷어내자는 얘기다.대한상의는 “반도체, AI 등과 같이 대규모 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첨단산업군에 한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차등규제를 제외시켜 산업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해 전략기술에 대해 규제 예외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 해에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에서 대기업 되는 비중이 1~2% 정도”라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기업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성장 부진 현황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해 나갈 ‘K성장 시리즈’를 지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