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체 HBM ‘HiBL 1.0' 공개AI 반도체 병목 돌파 시도… CXMT도 가세중국 HBM 생태계 본격화… K-메모리 예의주시삼성, 엔비디아 납품 임박… SK 독주 흔들 변수맞춤형 HBM 경쟁 시대 도래… 시장 판도 요동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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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전선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웨이가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한 HBM ‘HiBL 1.0'을 탑재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이번 행보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해온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HBM 제품인 'HiBL 1.0'을 공개하고 나서면서 이 제품이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내년 이후 HBM 시장 판도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중국, AI 칩 병목 해소하며 HBM 추격 본격화

    우선 화웨이의 해당 HBM이 현재 업계 최신 기술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웨이는 자사 HiBL 1.0이 128GB 용량에 최대 1.6TB/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스펙상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내놓은 5세대 HBM3E 12단(1.2TB/s)을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실제 성능 수준은 HBM3에 가까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보다 한두 세대 뒤진 기술을 구현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AI 칩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까지 독자적으로 내놓았다는 점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다수다. '칩은 있는데 메모리가 없다'는 병목 구조를 스스로 해소했다는 신호로, 자국 AI 생태계 자립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흐름에 중국 1위 D램 업체인 CXMT도 가세하고 있다. CXMT는 이미 HBM3 샘플칩을 개발했으며, 내년 HBM3 양산과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올해 7%에서 2027년 10%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범용 D램에서 출발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차세대 HBM까지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의 '원팀 전략'으로 반도체 산업을 밀어붙이고 있어 기술 격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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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SK 독주에 제동거나 … '커스터마이징' 시장도 판도 변화에 영향

    HBM 시장 판도가 변화하는데에 중국만큼이나 삼성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HBM3E 12단 제품을 두고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인증) 과정 막바지에 이른 삼성이 HBM 시장 압도적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이 이번 엔비디아 퀄테스트에 성공할 경우 삼성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어 세 번째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단순한 납품 자격을 얻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질적인 수율 문제를 해결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는 곧 6세대 HBM인 HBM4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증권가 역시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11만1000원까지 끌어올렸고,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삼성전자를 메모리 업종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가를 9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HBM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커스터마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커스터마이징 HBM도 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은 HBM4부터 고객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설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화웨이가 자체 AI 칩에 최적화된 형태의 HBM을 공개한 것도 결국은 커스터마이징 시장을 노린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으로 엔비디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기술 격차를 좁혀오느냐가 시장 판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직 중국의 HBM 기술은 글로벌 톱티어와 직접 경쟁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과 '속도전'은 시장에 결코 가볍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삼성의 품질 인증 여부는 SK하이닉스 독주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첫 시험대이자 HBM4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이 앞으로 한국의 독무대에서 벗어나 '삼성 대 SK하이닉스, 그리고 중국'이라는 다층 경쟁 구도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