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AI 이니셔티브' 국제 규범 논의 본격화60조,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세일즈장 열리나최태원·정의선·조현상·이규호 등 국내 총수 역할 분담
  • ▲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발맞춰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지 테이블 리셉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발맞춰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지 테이블 리셉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AI 이니셔티브'가 공식 의제로 논의된다. 글로벌 빅테크 총수들이 참석해 국제 규범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한 축에서는 캐나다가 추진 중인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에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팀이 최종 후보로 오른 만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방한에 발맞춰 세일즈 외교에 각별한 공을 들일 전망이다.  


    ◆ AI 글로벌 규범 논의 본격화

    24일 재계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의 비즈니스 포럼인 APEC CEO 서밋에는 약 1700명의 기업인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관한다.

    핵심 의제는 한국이 제안한 'APEC AI 이니셔티브'다. 무역 절차 간소화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 국가별 상이한 규제 체계를 조율하는 방안이 주요 논의 주제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CEO가 마지막 날 AI 세션을 직접 이끌 가능성이 크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도 참석을 조율하고 있다. 애플 팀 쿡, 구글 순다르 피차이,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등 글로벌 빅테크·금융 리더들이 초청 명단에 올랐다. 차기 의장국인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에디 우 CEO, 틱톡 쇼우지 추 CEO가 방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APEC에 맞춰 적극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은 이번 서밋 의장을 맡아 글로벌 인사 초청과 프로그램 총괄을 담당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동화·자율주행 세션에서 글로벌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은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으로 민간 권고안을 조율한다. 코오롱 이규호 부회장은 ABAC 바이오헬스케어 워킹그룹 의장으로 디지털 헬스·AI 헬스케어 논의를 이끌게 된다.

    젠슨 황 CEO 방한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디비아와의 차세대 메모리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태원 SK회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 가능성도 상당하다. 

    황 CEO가 한국 반도체 라인을 방문할 경우, HBM4 공급 협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오픈AI가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AI 인프라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엔디비아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도 'CEO 서밋'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전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경주 APEC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모두를 위한 AI'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 60조 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세일즈장 열리나

    APEC CEO 서밋과는 별도로,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놓고 치열한 세일즈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캐나다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은 최대 12척 규모로 사업비는 건조비용 20조원에 건조 후 수십년 간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더해 총 60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TKMS가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면 역대 한국 방산 수출 규모 중 최대 규모는 물론 그간 유럽 주요국이 이끌던 잠수함 수출시장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8월 독일 킬(Kiel) 조선소를 방문해 TKMS의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이번 방한에 발맞춰 국내 조선소를 찾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에서는 '민관 총력전'을 촉구하고 있다.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K방산 간담회'서 "잠수함 사업이 한화오션과 HD현대의 컨소시엄 원팀으로 최종 후보에 들어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방산 수주가) 정부 대 정부의 경제협력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은 장보고-Ⅲ 배치-Ⅱ 모델을 앞세워 2035년까지 최소 4척을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며 독일은 같은 기간 1척 공급 방침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해군이 전력 공백 최소화를 중시하는 만큼 한국의 생산 능력이 상대적 우위로 평가된다. 다만 독일이 잠수함 종주국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북극 지역에 배치가 가능한 설계에 강점을 두고 있으며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국가로 '방위 파트너십'이 굳건하다는 점도 캐나다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주 APEC은 한국이 AI와 방산 두 분야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높일 기회"라면서 "글로벌 빅테크 총수들이 AI 거버넌스 논의에 참여하고, 한국과 독일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의 외교·산업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