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重, 올해 북미 수주액 최초 1兆 돌파 … 조현준 회장 '통찰력' 결실

효성중공업이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력기기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보고 일찌감치 투자를 단행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 시장에서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북미 시장에서 단일 계약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고압 차단기(GIS)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와 765kV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차단기 등 대규모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765kV 송전망에 변압기와 차단기 등 토털 전력 솔루션을 패키지로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효성중공업의 올해 북미 지역 수주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해 전체 수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회사는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대규모 계약을 따냈다고 수주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이 시장에서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차단기 등 송전망 핵심 기기를 토털 솔루션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효성중공업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향후 미국은 AI산업 확산과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365kV나 500kV보다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이고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 전송할 수 있는 765kV 송전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맞춰 회사는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인수한 미국 멤피스 공장에 1억5000만 달러(약 2071억원) 이상을 투자해 내년까지 시험 및 생산 설비를 증설 중이다.

완공 시 생산 능력은 현재 대비 2배로 늘어나 세계 최대급 초고압변압기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선제적 전략이 있다.

그는 전력기기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글로벌 시장 침체기에도 AI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전력망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왔다.

올해 3월부터는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가동하고 있다.

조 회장은 “AI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