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김치 시장 7500억원 … 한국 김치 점유율은 15% 불과'非발효' 일본 김치 대부분 … '한국 김치' 수요 점진적 성장소비자 접점 및 인식 변화 위한 다양한 마케팅 이어가김치, 단순 반찬 넘어 요리 매개체로 인식 전환해야 더욱 성장
  • ▲ 김회찬 대상재팬 대표이사ⓒ대상
    ▲ 김회찬 대상재팬 대표이사ⓒ대상
    일본에서의 한류는 더 이상 공연장과 스크린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으로 스며든 한류는 식탁과 소비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20세대에 녹아든 이른바 4차 한류는, 일본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정 성별과 연령대를 넘어 일본 남녀노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류를 뉴데일리가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관광의 중심지인 도쿄에서 살펴봤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김치는 이미 일상 식문화에 자리잡은 식품입니다.”

    지난 9월 16일 만난 김회찬 대상재팬 대표이사는 “특별히 ‘한국음식을 먹어야지’가 아니라 츠케모노(つけもの)처럼 밥반찬으로 두는 개념으로 확대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18년 1월 주재원 발령을 받아 현재까지 7년간 일본에서 근무 중이다. 그보다 앞선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대상 일본지역 마케팅담당으로 일하며 연을 맺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1월, 대상재팬 대표로 발탁돼 일본 시장 공략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일본을 지켜보온 만큼 김 대표는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직접 겪었다.

    김 대표는 “과거에 일본에서 김치는 발효로 인한 신 맛을 ‘상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마트와 편의점 등 매대에서 발효되는 제품이 일본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김치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경험하게 해 발효 식품의 특성과 맛을 인지시켰다”면서 “이를 통해 발효가 정상이라는 이해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 ▲ 일본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김치를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 일본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김치를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최근 김치 소비에 대한 문화도 변화했다. 일본 시장은 1인 가구가 많아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포장 제품’을 중심으로 선보였다. ‘작은 용량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김치 수요가 늘면서 변화가 생겼다. 소용량 제품이 아닌 대용량 제품 수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그는 “특히 유의미하게 느꼈던 것은, 소용량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일본에서 최근 960g 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제 김치가 ‘집에서 두고 먹는’ 음식으로 변화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상은 1987년 일본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핵산, 글루탐산나트륨 등 소재 위주였다. 이후 1998년 본격적인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대상에 따르면 현재 일본 시장 내 김치 시장은 약 7500억원 규모. 한국의 포장김치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대상재팬 변화의 기준점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눴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대상재팬은 소재 사업 위주였고 식품사업도 주로 한인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했다”면서 “이후 현지 유통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그 과정에서 ‘홍초’의 흥행이 큰 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전환점은 최근 5년간 집중해온 일본 내 현지 생산‘이라면서 ”단순히 수입 식품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에 더욱 세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김 대표이사는 일본 내 한식 수용도가 변화하면서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대상
    ▲ 김 대표이사는 일본 내 한식 수용도가 변화하면서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대상
    한국 김치가 원조지만, 아직 일본 시장에서 85%는 ‘일본식 김치’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식 김치는 김치 특유의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매운 배추 무침’에 가까운 형태다. ‘낫토’ 등을 즐겨 먹으며 발효 음식에 대한 수요가 있는 일본이지만 김치는 비발효된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한국 김치는 시장 15%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종가 김치가 전체 시장에서 6%를 차지해 한국김치 기준 점유율 1위지만, 전체 시장 기준으로는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본 내 한식 수용도가 변화하면서 수요가 늘어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내 한식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변화했다. 1980~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현지화’를 통해, 한식을 일본 소비자 기호에 맞춘춰 변형해 선보였다. 그러나 한류 확산으로 인해 한국 여행이 늘고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본연의 한국의 맛’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초기 한류열풍은 40~5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 이른바 ‘4차 한류’는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현재는 10대 청소년부터 5060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패션·뷰티·음악·식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 두드지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한국을 ‘가까운 이웃국가지만 특별한 관심이 없는 나라’로 여겼다면, 지금은 ‘세련되고, 맛있고, 발전하는, 친숙한 나라’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널리 확산됐다”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 식문화와 제품이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올해 4월, 대상은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를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대상
    ▲ 올해 4월, 대상은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를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대상
    대상이 올해 4월 도쿄 시부야구에서 진행한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 캠페인도 이러한 일환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김치 문화와 일본의 문화를 결합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드는 김치 경험을 제안하는 다채로운 콘텐츠로 꾸며졌다.

    오픈 첫날 18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으며, 행사 기간 동안 누적 방문객은 1만2000여명에 달한다. 포기 김치에 조화롭게 담아내는 ‘종가 제법’을 거대한 아트웍으로 표현한 공간인 ‘마로야카존’과 일본의 푸드 트렌드를 반영해 개발된 ‘종가 김치 마리아주 레시피’가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기존 일본 김치 시장은 ‘브랜드’ 보다는 ‘맛과 가격’을 통해 제품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종가’라는 브랜드의 철학과 특징, 비전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종가 브랜드의 철학과 매력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일본 내 대형마트 매대에 김치가 진열돼있다.ⓒ조현우 기자
    ▲ 일본 내 대형마트 매대에 김치가 진열돼있다.ⓒ조현우 기자
    이는 소비자들에게 김치를 접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한국 김치의 본연의 맛과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단순한 반찬을 넘어 다양한 요리와 조리법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단순한 반찬이 아닌, 요리의 매개체로서 인식이 변화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의 일본 사업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서며 궤도에 올랐다. 카테고리 확장을 위해 2021년부터 냉동김밥과 소스류 등의 판매도 시작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선은 김치, 장류, 음료 등 주요 카테고리에서 확실히 1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동시에 아직 일본 시장에서 대중화되지 않은 새로운 한식 아이템을 발굴해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가지 전략을 통해 대상재팬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아닌, 일본 내 한식 문화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