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존도 덜고 국내 생태계 강화 앞장삼성전자·LX세미콘 등 20여개 기업 동참파운드리·팹리스·패키징까지 전방위 협력 확대설계·생산성 동시 확보 … 안정적 공급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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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가 29일 열린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Auto Semicon Korea'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승빈 기자
현대모비스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 생태계를 확장한다. 이를 위해 20여 개 기업, 연구기관과 힘을 합쳐 민간 주도의 차량용 반도체 산업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이른바 민간형 'K-차량용 반도체' 협력의 첫 사례로, 핵심 반도체 국산화와 함께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현대모비스는 29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국내 완성차와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설계 툴(Tool) 전문사 등 23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인 'Auto Semicon Korea'(이하 ASK)를 개최했다.이 자리에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급 인사들과 관련 임원 8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 글로벌테크놀로지, 동운아나텍,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민간 주도의 차량용 반도체 산업 공동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해당 분야는 유럽과 북미 등 외국산 제품의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국내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현대모비스는 포럼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과 함께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티어1(Tier 1) 부품사로서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고,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이자 공급망 관리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이날 행사는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 ▲모빌리티 핵심 반도체 국산화 방안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기술 방향성 등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토의로 이어졌다.이규석 사장은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와 함께 팹리스 및 디자인 하우스와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주요 파운드리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IT나 모바일에 특화된 기업들의 신규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이를 통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현대모비스는 올해를 시작으로 ASK를 이 분야 국내 대표 포럼으로 육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연 1회 포럼을 정례화하고, 내년부터는 스타트업이나 기존 반도체 유관 기술 보유 기업의 신규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관련 협회와 주요 기관에도 문호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술로 K-차량용 반도체 시장 개척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의기투합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에 독자적인 설계와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다.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방대한 산업구조가 특징이다. 또한 개발 과정이 길고, 품질인증 절차가 엄격해 신규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다.컨슈머 반도체보다 혹독한 주행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일부 해외 업체의 영향력이 상당한 분야였다.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한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5개 사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으로, 이마저도 대부분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됐다.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포럼을 주최하면서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기업 차원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더 큰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무역분쟁이나 각종 외부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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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공급 기업 동시 충족 공급망 구축현대모비스는 이번 협업을 통해 설계·생산능력을 동시 확보, 이를 통해 수요·공급 기업을 동시에 충족하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제어기와의 상호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제어기에 특화된 사양을 정의하고, 동시에 실차 기반 검증을 지원해 개발 속도를 빠르게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전력반도체와 핵심부품을 통합 개발하면 이를 각각 개발할 때보다 최대 2년 가까이 연구개발 속도를 단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제어기에 탑재하는 각종 시스템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등 자체 개발한 총 16종의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수량으로는 2000만 개에 이른다.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수록 반도체 국산화에 조속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현대모비스 측의 분석이다.현대모비스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관련 설계부터 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확보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협력사들과 적극 공유한다는 방침이다.ASK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는 글로벌테크놀러지와 동운아나텍이 현대모비스와 이미 공동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램프와 구동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각각 TV와 모바일 반도체 전문 팹리스사로 최근 모빌리티 분야로 입지를 넓혔다.한편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오는 2030년에는 약 138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의 주요 수주 품목인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동화용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