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 회장 등장후 차입·책준형 신탁사업 통해 사세 확장2022년 영업수익 1486억원 최대…지난해 '경영개선명령'책준미이행 PF잔액 4456억…부채비율 319%·NCR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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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궁화신탁 본사가 위치한 포스코타워 역삼. ⓒ네이버지도 갈무리
부동산 신탁업계 7위 무궁화신탁이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지만 상반기에도 부채비율 319%, 영업손실 150억원 등 저조한 경영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책임준공의무(책준) 미이행으로 떠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만 상반기 기준 4456억원에 달하면서 외부감사기관으로부터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감사의견을 받았다. 심각한 재무부실 탓에 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의미다.1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2003년 설립된 무궁화신탁은 2009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고 신탁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무궁화신탁은 설립초기만 해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2016년 변호사 출신 오창석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오 회장의 공격적인 인재영입과 차입형 토지신탁사업 전략이 맞물리면서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자금조달부터 토지개발, 분양 및 임대까지 도맡는 시행사 역할을 담당한다. 소극적인 관리업무에 치중된 관리형 토지신탁보다 수수료, 즉 수익성이 더 높지만 미분양 발생시 손해를 신탁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건설사가 시행·시공을 도맡는 자체분양사업과 비슷한 개념이다.오 회장 등장과 함께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2016년 272억원에 그쳤던 영업수익(매출)은 이듬해 386억원으로 늘었고 2018년 643억원, 2019년 812억원을 기록했다. 3년만에 매출이 3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2020년부터는 기존에 주력했던 차입형 신탁사업에 더해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에도 뛰어들며 사세를 확장했다.책임준공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유를 제외하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예정된 기간 내에 완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경우 시공사가 정해진 기간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PF대출 원리금을 대신 갚거나, 손해를 배상하는 구조를 띤다.당시 신탁사들은 책임준공형 사업이 신탁사가 직접 사업자금을 대는 차입형보다 낮은 부담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부동산 활황기 땐 아파트가 건설하는 족족 팔렸고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책임준공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무궁화신탁도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을 2020년 48건에서 2021년 113건, 2022년엔 128건으로 빠르게 늘려나갔다.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기업 외형성장으로 이어졌다. 무궁화신탁은 2021년 영업수익 123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이듬해인 2022년엔 1486억원으로 또한번 기록을 경신했다.넉넉해진 곳간 덕분에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오 회장 취임후 부채비율은 2020년(117%)을 제외하고 줄곧 두자릿수를 유지했다.사업 확장과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승승장구하던 무궁화신탁은 지난해부터 갑자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탁보수 등 수익이 줄어든데다 공격적 사업확장 여파로 막대한 빚까지 떠안게 되서다.2024년말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954억원으로 다시 1000억원대이하로 떨어졌고 수익성지표도 영업손실 74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부채비율마저 196%로 재무부실 기준인 200%에 육박했다.특히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급감한게 결정타가 됐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9월말 기준 NCR이 69%로 적정기준인 100%에 못미쳐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명령개선을 받았다. 2023년말 388% 달했던 NCR이 불과 3개분기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
- ▲ 무궁화신탁 반기보고서에 게재된 감사기관 평가의견. ⓒ무궁화신탁 반기보고서 갈무리
그간 효자 노릇을 해왔던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이 무궁화신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부동산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 겹악재에 공사 중단, 미분양이 속출했고 그로 인해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이 늘면서 막대한 PF대출금을 떠안을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무궁화신탁 반기보고서를 보면 상반기말 기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수는 17곳, PF실행잔액은 4456억원에 달했다. 대주단과의 협상 또는 소송결과에 따라 무궁화신탁이 책임준공 PF잔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더군나나 지난 5월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신탁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무궁화신탁의 책임준공 리스크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최누림)는 새마을금고 등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신한자산신탁이 256억원을 전액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책임준공 미이행 여파로 실적과 재무건전성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상반기 무궁화신탁은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경영이 이어졌고 부채비율은 319%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 단초를 제공했던 NCR은 -337%까지 떨어졌다.결국 무궁화신탁은 지난해말에 이어 상반기에도 외부감사기관으로부터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의견을 받았다. 감사를 맡은 서현회계법인은 △경영개선계획 조건부 승인에 포함된 유상증자 미이행 △회사 차입부채 1288억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우발부채금액 4757억원 등을 근거로 들었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기업 불확실성 의견을 계속 받을 경우 기업 경영이 악영향을 받고 금융기관이나 외부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 유치나 사업 협력, 자회사 매각 등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