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업체, 낙농가와 내년도 집유 물량 협상 나서남양유업, 지난해 원유 집유량 17% 감축 … 매일유업도 줄여이월 잉여원유 급증 … 올해 6월 기준 전년 대비 83.8%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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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업계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미국과 유럽산 우유의 무관세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잉여 원유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집유량 감축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유업체들은 낙농가와 집유조합 등을 대상으로 내년도 계약 물량을 협의 중에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집유량 감축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말 충남권 4개 집유조합과 협상을 통해 원유계약 물량을 전년 대비 17% 감축했다. 매일유업도 같은 시기 집유량을 일부 감축했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월된 잉여원유가 늘어나면서 재고분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흰우유 생산량은 34만1359톤이다. 이는 소비된 34만115톤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월된 잉여물량이다. 6월 원유 재고는 16만436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만9402톤 대비 83.8% 늘어났다.

    흰우유 소비가 줄면서 잉여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23년 기준 26㎏로, 2001년 대비 5㎏ 가까이 줄었다.

    일반적으로 유업체와 낙농가간의 계약은 쿼터제로 진행된다. 계약된 물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쿼터제를 통해 계약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유업체에서 수매하는 형태다.

    이는 낙농가에서는 매일 우유를 생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낙농가에서는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착유를 한다. 매일 착유를 하지 않으면 유방염 등 젖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름이나 혈액이 섞인 우유가 나오거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럴 경우 상품성은 ‘0’이 된다.

    보관기관이 짧은 우유의 경우 잉여분이 넘어가면 분유로 만들어야하는데, 분유 역시 소비가 늘지 않아 사실상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 유럽의 흰우유 무관세도 문제다. 2023년 7.2%였던 미국산 유제품의 관세는 지난해 4.7%, 올해 2.4%로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0%로 들어오게 된다.

    이미 온라인몰 등에서는 폴란드산 멸균우유 1리터 가격은 1500원대로 책정돼있다. 이는 국내 일반 우유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다.

    현재 수준으로 집유량을 유지할 경우 재고량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는 데다, 관세 철폐로 인한 수입산 우유와의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의 수직 하락은 불가피하다. 주요 유업체가 낙농가와의 협상을 통해 집유 감축을 논의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잉여원유로 인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낙농가와 내년 집유 물량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