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23년 한은 총재 발언 154차례 분석, 채권시장 7~15배 들썩이창용 총재 취임 후 발언·어조의 시장 영향력 통계적으로 뚜렷“모호함보다 명확함” 강조한 화법이 정책 효과·시장 불안 모두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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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직설적 화법이 채권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금리 결정이 아니라 총재의 발언 어조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1일 서울대 유각준 교수와 성균관대 조두연 교수 연구팀이 한국은행 학술지 경제분석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준금리 발표 직후와 간담회 도중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평상시보다 7~15배 확대됐다. 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154차례의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를 분석했다. 

    특히 이창용 총재 시절엔 기자간담회 어조와 채권시장 움직임 간 상관관계가 뚜렷했다. 연구팀은 “전임 총재들과 달리 이 총재의 명확하고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당시, 결정 직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가 간담회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언급하자 국고채 선물 가격이 급등(금리 급락)하는 등 오히려 발언이 금리 결정 자체보다 시장에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과거와 뚜렷이 대비된다. 김중수·이주열 전 총재 재임기에는 금리 발표 직후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긴 했으나 간담회 어조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이성태 전 총재 시절 역시 발언보다는 대외 충격이 변동성을 주도했다.

    연구팀은 “이창용 총재는 ‘중앙은행이 의도와 배경을 경제 주체에 이해시켜야 한다’는 소통 철학을 갖고 있다”며 “모호함보다 명확함을 중시하는 태도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