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내수진작 '반짝 효과' … 기존 지출 앞당긴 효과에 그쳐 9월 수출 역대 최대 실적 냈지만 경기 반등 시그널로 보기 어려워 반도체·자동차 제외한 주력 산업, 여전히 침체 국면 못 벗어나 대외 불확실성 속 환율 불안·집값 뜀박질에 금리 인하 안갯속
  • ▲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7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 소비쿠폰 사용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데일리
    ▲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7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 소비쿠폰 사용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데일리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내수 진작에 나섰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모양새다. 8월 소매판매가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7월 소비 진작이 일시적 착시에 그쳤다는 점을 반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기존 지출을 앞당겼을 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소비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저명 경제학자들도차 기준 금리 인하와 동결을 놓고 맞서는 모양새다. 

    8월 소매 판매가 1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쿠폰 효과가 단발성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다. 

    7월에는 소매판매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소비쿠폰 효과로 2.7% 늘어났지만 불과 한 달 만에 5.1%포인트(P)나 고꾸라진 것이다.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1.0%) 판매는 늘었지만 내구재(-1.6%)와 비내구재(-.3.9%)가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내렸다. 특히 내구제에서는 가전제품(-13.8%)과 통신기기·컴퓨터(-13.6%)가, 비내구재에는 음식료품(-5.6%)이 급감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쿠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가 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아무리 소비쿠폰을 뿌려도 원래의 소비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애초에 정부가 기대했던 것처럼 소비의 선순환은 이뤄지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비쿠폰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연간 소매판매액이 약 640조원인데 2% 수준에 불과한 13조원을 투입해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돈만 뿌리면 된다는 식의 경제 처방은 부채만 늘리고 정작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쿠폰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자 기획재정부는 '일시적 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는 추석이 10월로 밀린 영향과 7월 갤럭시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9월 개인카드 승인액(1~27일)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 3분기 전체로는 소매판매가 14분기만에 플러스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 8월에 소매판매가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한 점을 주목하며 긴급 재정 투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데 무게를 싣는다.
  • ▲ 경기 평택항.ⓒ뉴시스
    ▲ 경기 평택항.ⓒ뉴시스
    경제를 드리운 먹구름은 내수 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놓고 충돌하면서 교착 상태가 길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방식을 놓고 한미 양국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12.7% 늘어나며 3년 6개월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이를 경기 반등의 시그널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대비 4일 늘어난 조업일수 영향이라는 것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으로 9월 수출 증가가 실제 수출 경쟁력 강화나 시장 확대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산업들이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회복세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재고로 쌓여있던 물량들이 관세가 오르기 전에 일부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9월 추석이 있었기 때문에 일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줄어 실질적 수출이 늘었다고 보기도 상당히 애매하다"고 했다. 

    안동현 교수는 "문제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석유화학, 철강 등을 포함해 대부분 침체돼 있다는 점이다"며 "트럼프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관세여파로 대미 수출이 불투명한데 자동차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이라 가격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 속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여부를 둔 고민은 한층 복잡해졌다.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금리를 낮출 타이밍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한만큼 한은이 발 맞춰 추가 인하를 검토할 명분도 충분하다. 

    다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관세 정책 리스크와 통상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졌고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선뜻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안동현 교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모두 통화스와프를 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 투자 집행 시 원달러 환율은 상승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금통위가 시장 충격을 최소하기 위해 0.25% 가량 소폭 인하하는 방향을 검토 할 수 있다고 보며, 나중에 가서 아무런 스탠스도 취하지 못하는 것 보다 지금이라도 카드 한 장을 써두는 편이 더 전략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을 견인하기 어렵고 되려 부동산 과열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신세돈 교수는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이 미친 듯이 뛸 수 있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금리를 1%P 낮췄고 코로나 시기와 비교하면 금리 수준은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늘어 내수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40년 전 이론"이라며 "지금은 금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투자를 좌우하고,  불황의 원인은 대외 리스크와 한국 경제체질에 있는 만큼 금리인하 같은 불확실성에 뛰어드는 것 보다는 동결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김상봉 교수는 "체감 물가는 높고 성장률은 낮으니 금리를 동결해야 하며, 주택가격과 외환시장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이미 한국은 이전에 금리 인하를 했고 미국은 그동안 인하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한 차례 금리를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미 금리를 미리 많이 낮춘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