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PO, 자금조달 아닌 장기 성장 전략 출발점신사업 투자·주주환원 병행, 선순환 구조 본격화'트리플 7' 달성 로드맵, 그룹 밸류업 가속화 발판
  • ▲ 지난 2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네번째)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LG
    ▲ 지난 2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네번째)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LG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는 단순히 계열사의 자금조달을 넘어, 그룹 전체의 가치 재평가를 끌어낼 수 있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단기 실적 방어가 아니라 미래성장을 겨냥한 구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법인 IPO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1조8000억원의 금액을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기업 간 거래(B2B) 등 질적 성장 영역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5년, 10년 후 경쟁우위을 달성할 수 있는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 등의 신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의 투자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인도 현지 프리미엄 가전 생산량을 늘리고, HVAC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LG전자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6억달러를 투자해 세 번째 가전 공장을 짓고있다. 인도가 중저가 제품에서 고가 제품 위주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프렌치 도어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중동 및 남아시아 인근 국가로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내 냉난방공조 사업도 적극 확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잇달아 공장과 데이터센터, 오피스 등을 짓고 있어 냉난방 시설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가전 연구개발(R&D) 투자도 큰 폭 늘릴 수 있다. LG전자는 인도 방갈로르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가동 중인데 인도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구광모 회장의 ‘위닝(Winning) R&D’ 철학이 자리한다. 그는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한 바 있다. 위닝 R&D란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는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사업을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즉 ‘ABC’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LG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IPO로 확보한 자금의 일부는 주주가치 제고에도 쓰일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7개 계열사가 동시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주요 대기업이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주주가치 제고안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76만1427주를 소각하고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주회사인 ㈜LG도 지난달 보유 자사주의 절반을 소각하고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단행했다. ㈜LG는 잔여 자사주도 내년까지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히며 강력한 환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 역시 일부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미래를 키우면서도 성과를 돌려준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LG그룹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가치 재평가로 직결될 수 있다. IPO로 확보한 자금이 신사업 투자에 쓰이고, 그 성과가 매출과 이익 확대를 이끌면 다시 연구개발과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 식이다. 

    인도 IPO를 통해 자금을 투자와 환원으로 연결해 그룹 차원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구광모 회장의 장기 전략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성과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도약을 겨냥한 미래 지향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의 결단은 LG전자의 2030년 ‘트리플 7(연평균 성장률 7%·영업이익률 7%·기업가치 7배)’ 목표 달성과 그룹 밸류업 실현을 앞당기는 확실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장에서도 인도 IPO를 계기로 LG그룹 전체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인도 IPO로 투자와 환원의 선순환 구조를 입증하면, 이는 곧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구광모 회장의 장기 전략이 그룹 밸류업을 현실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