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99% 지급 … 2차 포함하면 13조원 규모"지역상권·내수경제 활성화" vs "포퓰리즘·국가채무 증대" 팽팽지급 거부한 사람들 '주목' … "한국은 위기국가, 돈 펑펑 쓸 때 아냐"전문가 "멘탈 어카운팅도 없는 정책 … '호텔 경제학'급 황당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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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애초에 지급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준다고 해서 어떻게 덥석 받겠어요. 차라리 그 돈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게 더 낫죠"뉴데일리는 3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특별한 선택을 한 '1%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에 담았다. 지난 7월 정부가 내준 1차 소비쿠폰 신청 대상자임에도 모종의 이유로 수급을 받지 않은 이들의 얘기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더하면 총 13조원 규모다.지난 7월 소비쿠폰 첫 지급을 앞두고 당시 찬반 여론은 크게 나뉘었다. 찬성 측에선 지속적인 내수침체 상황에서 소비쿠폰을 일괄 지급함으로써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소비를 촉진시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단 논리를 펼쳤다.반면 반대 측에선 소비 쿠폰으로 인한 소비 촉진 효과는 매우 일시적일 뿐 아니라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소비쿠폰으로 새로운 소비를 하기보단 원래 계획했던 소비를 국가가 준 돈으로 대체할 것으로 관측했다.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14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약 30%만이 소비에 쓰였고 나머지 70%는 저축과 빚 상환에 활용돼 소비증진 효과가 미미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여기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2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 오는 2040년 국가채무가 2763조8000억원까지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가운데, 현시점에서 국가가 빚을 내서 지급하는 소비쿠폰이 미래의 '나 자신'에게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두려움도 반대 심리로 작용했다.특히 KDI가 내놓은 국가채무 비율이 오르면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자산이 적은 청년 계층이라는 연구 결과는 정부가 무상으로 주는 소비쿠폰에 대한 '2030'의 반발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이처럼 소비쿠폰 지급을 두고 찬반이 크게 둘로 갈렸지만,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대상자의 99%에 해당하는 5008만명이 신청해 총 9조693억원이 지급됐다. 대부분의 국민이 형편이나 주거지에 따라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받은 것이다. -
- ▲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소비쿠폰 반대 의견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이들도 있었다. 정부가 교부한 1차 소비쿠폰 신청 대상자임에도 모종의 이유로 수급을 받지 않은 1%의 사람들이다.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우리나라가 돈이 많아서 펑펑 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땅에서 기름이 나서 곧 부자가 될 나라도 아니다"라며 "작년까지 세금이 덜 걷혀서 2년 연속 구멍이 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소비쿠폰을) 신청해서 받을까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짜로 받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물론 다른 사람들이 받았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주는 사람은 왜 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B씨도 소비쿠폰 일괄 지급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금 뉴스만 봐도 대한민국은 위기다. 미국은 관세로 우리 수출을 위협하고, 중국은 압도적인 생산량과 가격으로 우리 산업을 틀어막고 있지 않느냐"라며 "포퓰리즘으로 전 국민에게 용돈 주기보단 우리 산업이나 안보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애초에 (소비쿠폰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모두에게 준다고 해서 어떻게 덥석 받겠느냐"라며 "2차 쿠폰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받지 않은) 그 돈이라도 나라에서 온전히 잘 갖고 있거나, 취약계층을 돕는 데 쓰이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쿠폰 신청은 했지만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C씨는 "안 그래도 나라에 돈이 없다는데 다 같이 안 받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어차피 내가 낸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주는데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다만 그는 "이런 공짜 돈은 한 번 받으면 계속 받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일 것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다시는 비슷한 정책은 안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부가 기대했던 소비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새어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8월호'에 따르면 당월 기준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가전제품 등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준 쿠폰으로 인한 소비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들이 원래 계획한 소비를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안 교수는 "쿠폰 지급을 통해 정말로 소비와 경제가 꾸준히 살아날 것으로 생각했다면 '호텔 경제학'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라며 "이번 정책은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고려한 '멘탈 어카운팅(심리적 회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