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가뭄 잦은 이상기후에 농어업 생산 현장 직격탄 뉴노멀 된 '히트플레이션' … 공급 부족에 먹거리 물가 불안 매년 수천억 할인 지원 예산 투입 반복 … 전문가 "엇박 정책"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후변화가 농수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반복되는 폭염·폭우·가뭄은 생산 기반을 흔들고, 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된 지금, 정부의 대응과 농수산업의 구조 전환이 절실하지만 더디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농수산업이 지속 가능성, 물가 대응을 위한 근본적 변화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농축수산물 생산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극단적 기후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농어업 현장은 반복적인 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소비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 부담을 떠안고 있다.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에 매년 수천억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대부분 사후 대책에 그쳐 해마다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이상기후가 농작물 등의 생육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만 아니라,  농경지 유실, 토양 침식, 수온 상승 등으로 이어져 농어업 생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올해 여름에도 7월 중순 발생한 집중호우와 이어진 폭염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집중호우와 이후 이어진 평년보다 1~2℃ 이상 높은 기온으로 벼, 콩, 쪽파, 수박 등 주요 농작물 경작지 3만475ha가 침수됐다. 특히 벼(2만6372.9ha)와 논콩(2127ha)에 집중됐다. 가축 피해도 막대했다. 약 191만마리가 폐사 신고됐고 폭염으로 인한 추가 피해도 146만마리에 달했다. 이 중 가금류가 140여만마리를 차지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의 반복은 일시적 계절 변수가 아니라 농업 생산과 농촌 생활을 위협하는 상시적 재난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집중호우, 폭염, 병해충 등으로 반복되는 복합재해는 일시적 피해를 넘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업 현장도 이상 기후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전국 연안에 발령된 고수온 특보는 무려 71일간 이어져 2017년 이후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양식장 집단 폐사가 속출하며 어업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9월 하순까지 이어진 고수온 현상으로 지난해 국내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전년(438억원) 보다 대비 3.3배 늘었다. 연안 양식업이 주로 이뤄지는 남해안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고, 어종별로는 우럭 피해가 583억원으로 가장 컸다. 

    올해도 고수온 경보 유지기간이 85일로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다만 선제적 예방 조치와 어류 670만마리 긴급 방류 조치 등으로 피해는 전년 대비 2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의 경우 약 340만마리의 어류 피해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이같은 이상 기후 리스크는 곧장 생활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한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상시화되면서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한 달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쌀값이 급등한데다 달걀, 육류 등 축산물과 외식 물가까지 줄줄이 뛰어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 축산물(5.4%), 수산물(6.4%)이 강세를 보였고 농축수산물 전체는 1.9% 올랐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커피(15.6%)와 빵(6.5%) 등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외식물가도 생선회(6.0%). 커피(5.0%) 등이 상승을 견인하며 3.4% 올랐다. 

    이상기후로 신선식품이 급등에 정부가 꺼내드는 드는 대책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으로 1080억원을 편성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2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해양수산부도 올해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에 1000억원을 편성하고 추경에서 5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해도 이상기후로 촉발된 농축산물 물가 불안이 되풀이되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할인 정책은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연 단국대 식품자원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잘못된 개입을 반복하면서 지원만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라며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수요를 늘리는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은 엇박자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