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8곳, 단일 도매상 공급비율 90% 이상전체 의약품의 98.1% 도매공급 … 국공립 병원은 독점 현상 '전무'김선민 의원 "약사법 사각지대 방치 … 리베이트 위험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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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민 의원실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의약품 공급 구조가 일부 도매상에 의해 사실상 독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급 비율이 특정 도매상에 90% 이상 집중되는 병원만 8곳에 달하며, 특히 사립병원 중심으로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급종합병원의 의약품 도매상 공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98.1%가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전국에 3462개 도매상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 중 288개만이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일부 도매상이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다.

    특히 A 상급종합병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13개 도매상으로부터 781억 원 규모의 의약품을 공급받았는데, 이 중 단 1개 도매상이 전체의 97.9%인 765억 원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B 병원(공급액 814억 원) 역시 1개 도매상이 97.6%를, C 병원(공급액 773억 원)도 1개 도매상이 97.5%를 차지하며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국공립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공급 독점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국공립 병원 중 1개 도매상의 공급비율이 9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약 70%의 병원은 특정 도매상 비중이 50% 미만이었다.

    김 의원은 "대형병원이 1개의 도매상으로부터 대부분의 의약품을 공급받는 현재 구조는 경쟁을 저해하고, 리베이트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사법상 가족·지분관계만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으로는 독점적 거래를 막기 어렵다"며 "보건복지부는 공급 비율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불공정 행태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월 검찰은 의약품 도매상 대표가 국내 유명 대학병원 이사장 등에게 약 34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병원-도매상 간 공급 독점 구조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