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각자대표 체제 구축 … 콜마그룹 경영쇄신 본격화윤여원 대표, 사회공헌 전담하며 경영 일선선 후퇴지배구조 불확실성 여전 … 지분 소송·임시주총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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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로부터)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콜마그룹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윤여원 대표, 이승화 사내이사 등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인사로 윤 부회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고 윤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사회공헌 등 대외활동을 전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5개월간 이어진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윤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윤 부회장과 윤 대표, 이 사내이사를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전문성을 강화한 3인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그룹과의 시너지를 높여 콜마비앤에이치를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콜마홀딩스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 부회장으로서 콜마비앤에이치의 중장기 비전 수립 및 전략 자문 역할을 맡는다.
윤 부회장은 무보수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내년 3월 정기 이사회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이 기간 동안 신임 이승화 대표와 윤 대표 체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성과 시너지를 강화해 지속 성장 기반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경영 및 사업 전반을 총괄한다. CJ그룹 계열사에서 신사업 투자를 담당했던 전략통으로,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를 거쳐 CJ프레시웨이·CJ CGV·CJ제일제당 등에서 신사업과 식품전략을 담당했다. 앞으로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정렬된 실행 체계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수익성 제고·경영 혁신에 집중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대외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가능경영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만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사 경영 전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영 의사결정에서는 한발 물러선 형태가 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부회장이 추천한 이 대표가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3인 체제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를 계기로 윤 부회장 측의 입김이 이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주도권이 사실상 윤 부회장 측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는 창업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윤 대표, 조영주 경영기획본부장, 오상민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소진수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 김현준 퀀테사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기존 6인에 윤 부회장과 이 대표가 추가돼 총 8인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윤 회장·윤 대표·조 본부장을 제외한 5명이 윤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윤 부회장은 그동안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사회 개편을 주장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에 윤 대표가 반발하고 윤 회장이 딸 윤 대표 편에 서면서 갈등은 가족 내부로 번졌다.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지난 6월 대전지법과 8월 서울중앙지법에 윤 부회장과 콜마홀딩스를 상대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
- ▲ 콜마비앤에이치 로고
업계는 이번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장기화된 가족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본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임시주총 전날인 25일 그동안 제기했던 소송 3건을 모두 취하하며 봉합 분위기를 예고했다. 앞서 윤 부회장도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화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앞으로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 전환과 연구개발(R&D)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최근 실적은 부진하다. 이 회사의 2020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956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39억원으로 7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7.8%에서 5.1%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2020년 8월 2조124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4259억원으로 감소했고 주가도 7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3인 각자대표 체제는 명목상 공동경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윤 부회장 중심의 쇄신 구도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남아 있다. 윤 회장은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증여한 지분(총 23.2%)을 되찾기 위해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며 법원은 다음달 23일 첫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9일에는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이 예정돼 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본인을 포함한 사내이사 8명과 사외이사 2명 등 총 10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3인 각자대표 체제로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법원 판단과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그룹 내 권력 구도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