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제재 조선업계 전방위 확산 우려견제구 계속 될 가능성 … 외교 중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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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미·중 통상 갈등이 다시 불붙으며 한국 조선업계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입항 수수료 조치에 맞대응해 미국 내 한화오션 법인 5곳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으로,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됐다.중국이 한화오션에 견제구를 날렸지만, 사실은 한국 조선산업 전체를 겨냥한 견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오션 또한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지라도, 향후 제재 범위가 커질 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정부의 외교적 조율과 산업안보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오션 등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반격 조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쉬핑홀딩스, 한화쉬핑, HS USA홀딩스 등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 조치에 따라 중국 내 기업이나 개인은 이들 업체와 거래·협력 등 활동을 하는 것이 금지됐다.이중 한화필리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인수한 첫 현지 조선소로,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같이 여겨지는 곳이다.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강화해온 한국 기업이 중국의 ‘맞불’ 대상이 된 것으로, 단순한 통상 보복을 넘어 전략적 메시지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中의 '맞불'이자 '견제구' … 직격탄보다 '운신 폭' 압박조선업계는 이번 조치로 당장은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화필리조선소나 한화쉬핑에 발주한 사례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화오션의 실질적인 선박 건조는 국내 거제조선소에서 이뤄지고 있다.이에 중국이 한·미 조선동맹 구도에 불편한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모회사인 한화오션이 중국에 블록 건조 등 하청을 맡기는 경우가 있어 미국법인을 넘어 본사나 국내 다른 조선업체로 제재가 확대될 경우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했고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중국의 제재는 미국이 이날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부과한 입항 수수료에 대한 맞대응이란 것이 조선업계의 대체적 평이다.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4월 중국이 이들 산업을 '장악 목표 산업'으로 삼아 자국 업체들에 특혜를 몰아준 것으로 판단했다. -
- ▲ 한화오션이 건조한 수상함. ⓒ한화오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운항 또는 중국 소유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선박의 순t당 50달러를 부과하는 입항 수수료가 이날부터 부과됐다. 입항 수수료는 2028년까지 t당 140달러까지 인상될 예정이다.또 USTR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는 t 기준(2025년 18달러→2028년 33달러)과 컨테이너 기준(2025년 120달러→2028년 250달러) 중 높은 비용을 입항 수수료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였다.이러한 조치로 그동안 저렴한 중국산 선박을 이용했던 해운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경쟁국에 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커졌고, 한국은 최대 수혜국으로 여겨졌다.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한국과의 건조 협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한국이 미국의 건조경쟁력 강화에 적극 협조하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까지 탄생하면서 미국에 한화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이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한화그룹의 해운자회사인 한화해운도 지난 3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데 필요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입항 수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투자·수주 판단에도 불확실성 … "한화만의 일 아니다"중국의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는 미국에 반격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의 부상을 견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 제재는 심리적 압박에 가깝지만, 향후 기술 협력·하청 거래까지 번질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여서 안심하기엔 이르다.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기업 차원의 통상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제재가 한화오션 외 K-조선업계 전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방산이 긴밀히 얽힌 산업 특성상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중국의 직접 제재 대상이 된 한화오션이 미·중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게 된 가운데,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 중인 HD현대중공업도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와 수주, 협력 판단에서도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 부정적 효과가 불가피한 셈이다.미·중 통상 갈등의 불똥이 국내 민간기업으로 튀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로 외교적 협의 창구를 조속히 가동, 산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대통령실은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중 통상 채널을 가동해 소통 및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이어 “해당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거래가 많지 않아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추가 제재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이에 대해 계속 예의주시 하겠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 등은 이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