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1년도 안 돼 135건 이상사례 … 중대 이상사례도 12건허위보고·시판 후 조사 부실 지적 제기FDA는 투여 초기 사망 보고 후 MRI 4회로 강화
  •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치매치료제 '레켐비주(레카네맙)' 사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허가 1년이 채 되지 않아 135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돼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충분한 검증 없이 허가를 내주고 시판 후 조사도 제약사 보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식약처는 치매치료제의 허가와 사후관리 전 단계에서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며 "국민 생명 앞에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켐비의 이상사례 보고 건수는 지난해 8~12월 12건에서 올해 1~6월 123건으로 급증했다.

    레켐비는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항체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기전이다. 지난해 5월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처방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작년 12월 첫 달 167건이던 처방은 올해 8월 2766건으로 늘었고 누적 처방은 13719건에 달했다.

    이상사례 보고는 허가 후 약 3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됐다. 2024년 8월 3건이던 보고 건수는 올해 3월 11건, 4월 29건, 5월 36건으로 증가했으며, 6월에는 31건이 추가돼 누적 135건으로 집계됐다.

    ◆ ARIA-E·ARIA-H 등 중대 이상사례 12건 보고

    중대한 이상사례로는 뇌 부종 및 삼출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부종·삼출(ARIA-E)과 미세출혈 및 헤모시데린 침착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미세 출혈(ARIA-H)이 보고됐다.

    전 의원은 "장기적 뇌 손상과 위축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식약처는 관리·감독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오유경 식약처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두헬름은 국내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2021~2024년 사이 총 5837병이 자가치료용으로 공급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단순한 착오가 아닌 중대한 허위보고 또는 위증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켐비 역시 정식 시판 전 448병이 자가치료용으로 공급됐지만 식약처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 "부작용 검증, 제약사에 의존…직무유기 수준"

    전 의원은 "식약처는 지난해 시판 후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조사는 제약사 보고서에 의존하고 있다"며 "부작용 검증을 기업에 맡긴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레켐비의 경우 한국에자이가 6년간 3000명 추적조사 계획을 제출했으나 위해성 검증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미국 FDA는 2024년 정기 약물 감시 과정에서 레켐비 투여 초기 사망 6건(중복 제외 4건)을 확인하고 MRI 추적 검사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강화했다. 반면 국내 식약처는 아직 별도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그는 "치매 치료제는 국민에게 희망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희망은 절망이 된다"며 "식약처는 허가기관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안전관리기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대안으로 ▲신규 기전 신약·조건부 승인 약물의 외부 전문가 자문 의무화 ▲자가치료용 공급 약물의 시판 후 조사 의무 및 정기 점검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아포지질단백 E(ApoE) 유전자가 두 개인 환자가 부작용 고위험군임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명시했다"며 "MRI 모니터링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