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해운 탄소세 채택 여부 논의 1년 연기회원국 다수, 트럼프 보복 우려에 '기권표'탄소중립 방향성 굳건 … 친환경 투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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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컨테이너선. ⓒHMM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가 1년 연기되면서 해운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탄소세가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해운사들은 2027년부터 매년 수백억, 수천억대 비용을 지불할 처지였지만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해운사들은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친환경 선박 투자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IMO는 최근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 여부를 논의한 끝에 결정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채택을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 연기안을 공식 제안했고, 57개국이 이에 찬성하고 49개국이 반대, 21개국은 기권했다.IMO는 국제 해운 분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넷 제로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넷 제로 프레임워크’는 5000톤(t) 이상 대형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탄소 1톤당 100~3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제도를 골자로 한다. 또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연료 표준제’도 포함됐다.이번 IMO는 회의에서 ‘넷 제로 프레임워크’가 채택됐다면 2027년 3월부터 5000톤 이상 선박은 탄소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석유 수요 감소를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강력한 반발 등에 협의가 1년 미뤄지게 됐다. 지난 4월 회의에서 찬성했던 한국, 일본 등도 이번엔 모두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탄소세 도입이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미 정부는 지난 4월 MEPC 논의에서 이미 협의체를 이탈했으며, 이번 회의를 앞두고도 미국 입항 제한, 비자 제재, 수수료 부과 등 방안을 언급하면서 찬성 회원국에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에 최악의 경우 트럼프 임기 내내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국내 해운업계는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비율은 현재 5.9%에 불과하다. 선대 규모가 크고 국제 항해를 많이 하는 HMM, 장금상선, 팬오션 등은 친환경 선박 신규 발주와 친환경 선박으로의 개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2023년 IMO의 탄소세 도입 시 국내 해운업체가 연간 최소 1조700억원에서 최대 4조8916억원의 탄소세를 부담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또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비용 부담액이 최소 2163억원에서 최대 8307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해운업계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안도하는 한편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전제로 한 친환경 선박 교체 노력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총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을 국내 조선사에 최근 발주했다. 팬오션, SK해운 등도 바이오연료 실증 운항, AI 화물운영 솔루션 도입 등 친환경 기술 확보에 분주하다.한편 탄소세 도입 연기가 악재로 지목됐던 조선업계 역시 큰 타격 없이 순항할 전망이다. 친환경 선박 발주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늦춰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조선사들도 차세대 연료 추진선 기술 경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조선사들은 3년 이상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오늘 선박을 발주하면 해당 선박은 일러도 2028년 하반기부터 인도된다”며 “3년 뒤에 선박을 인도받아야 하는 선주 입장에서는 여전히 친환경 선박을 주문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