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테크 쇼케이스’에 글로벌 정치·경제 리더 이목 한 곳에4대 그룹, 미래 기술 경쟁력 뽐내 … 기술 외교 존재감 과시HBM4·트라이폴드폰·투명 LED 등 미래 이끌 기술 '한 자리에'
  • ▲ 28일 경주 엑스포공원 옥외 특별관(에어돔)에 마련된  ‘K테크 쇼케이스’ 특별 전시관 외부 전경.ⓒ이가영 기자
    ▲ 28일 경주 엑스포공원 옥외 특별관(에어돔)에 마련된 ‘K테크 쇼케이스’ 특별 전시관 외부 전경.ⓒ이가영 기자
    글로벌 정치·경제 리더들 앞에 선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남달랐다. APEC CEO 서밋(Summit)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과 경제계 CEO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선보인 최첨단 제품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Summit)이 부대행사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K테크 쇼케이스’에서 K-테크놀로지의 위상은 막강했다. 

    경주 APEC 2025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K테크 쇼케이스’는 국내 기업의 혁신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투자와 파트너십을 연계하고자 마련됐다.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경주 엑스포공원 옥외 특별관(에어돔)에서 진행된다.

    내부로 들어서자 국내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주요기업의 혁신기술이 모여있다는 점에서 연초 다녀온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기술로 연결되고, 혁신으로 세계를 이끌다’라는 주제로 꾸려진 전시장은 약 1652㎡(500평) 규모로 시그니처 존, 익스피리언스 존 등으로 구성됐다.
  • ▲ ‘K테크 쇼케이스’내 SK 전시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가영 기자
    ▲ ‘K테크 쇼케이스’내 SK 전시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가영 기자

  • ▲ SK하이닉스의 HBM4.ⓒ이가영 기자
    ▲ SK하이닉스의 HBM4.ⓒ이가영 기자
    가장 먼저 SK 전시관이 눈에 띄었다. SK그룹 부스는 행사장 한가운데 마련돼 있었는데, 마치 거대한 AI 데이터센터처럼 보였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엔무브 등 그룹사가 역량을 집결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와 냉각, 운영·보안 등 AI 인프라 역량을 선보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 체제를 구축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HBM4를 현미경으로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연신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HBM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30대 남성 관람객은 “(HBM이) 이렇게 작구나”라면서 “볼 기회가 없어 몰랐다”며 감탄을 표했다.  

    AI 시대 핵심 기술인 액침냉각과 유리기판 등도 전시됐다.  SK엔무브와 SK텔레콤이 함께 선보이는 SK의 액침냉각 기술은 서랍형 서버 구조에 비전도성 냉각액을 순환시키는 정밀액체냉각(PLC) 방식이다. 유리기판은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재료다. 또한 SKT가 전략적으로 투자 중인 리벨리온의 신경처리장치(NPU) 기반 AI 가속기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114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로 예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이가영 기자
    ▲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114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로 예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이가영 기자

  • ▲ 삼성전자의 트라이폴드폰.ⓒ이가영 기자
    ▲ 삼성전자의 트라이폴드폰.ⓒ이가영 기자
    SK 전시관 양옆에는 삼성전자 전시관과 현대차 전시관이 마련돼 있었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두 번 접는 스마트폰인 ‘트라이폴드폰(가칭)’였다. 삼성전자는 APEC에서 해당 제품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거나 가까이서 확인할 수는 없었고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뒤에 자리해, 이를 거쳐 실물을 관람할 수 있게 돼있었다.

    태블릿처럼 보이는 크고 넓은 스마트폰은 힌지(경첩)가 두 개 보였고 가장 오른 편 화면에 카메라 버튼이 보였다. 일반적인 폴더블폰의 화면을 3개 이어붙인 모습이었다. 투명 마이크로 LED에서 나오는 영상은 트라이폴드폰을 여닫는 법을 보여줬다. 먼저 오른쪽으로 열고 왼쪽으로 열었다가, 닫을 땐 왼쪽부터 접어 포개어 닫는 구조였다. 사진을 찍으며 유심히 지켜보던 한 40대 남성이 “이런 것도 있느냐”고 묻자 삼성전자 전시관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여러 이름으로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목업(테스트 제품)이 아닌 실제 제품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부스에 전시된 114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 예술 영상도 감탄을 자아냈다. 경주 APEC의 취지에 맞춰 동양화와 서양화가 어우러진 아티스트의 작품이 생동감 있게 구현됐다. 디스플레이가 전시된 4면뿐 아니라 바닥과 천장 거울에도 영상이 반사돼 마치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줬다. 그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며 감탄하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투명 마이크로 LED와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7·플립7, ‘HBM4’와 그래픽 D램 ‘GDDR7’ 등도 나란히 전시됐다. 
  • ▲ LG전자 부스에 설치된‘LG 시그니처 올레드 T 샹들리에'.ⓒ이가영 기자
    ▲ LG전자 부스에 설치된‘LG 시그니처 올레드 T 샹들리에'.ⓒ이가영 기자
    현대차그룹도 한국의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알리기에 나섰다. 특히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SPOT)’은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키 85㎝, 몸무게 25㎏인 이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 내비게이션이 지정한 대로 스스로 움직였다. 관람객이 앞에 서자 카메라와 라이다센서 등을 통해 알아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송·활용하는 과정을 시각화한 전시물은 물론 현대차그룹 생산 현장에 투입된 주차로봇, 기울어진 도로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소형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등 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안쪽의 LG전자 부스에는 높이 3m, 지름 3m짜리 원통형 미디어아트가 설치돼있었다. 이는 LG전자의 세계 최초 무선·투명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28대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4K 해상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화질과 투명 스크린, 무선 AV 송·수신 기술 등 현존 가장 앞선 최고의 TV 기술을 모두 적용한 제품이다. 아래로 늘어진 조명을 둥글게 둘러싼 형태로, 관람객이 360도 어느 방향에서도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별, 바다,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보여줬다. 

    이날 경주 APEC 행사장을 찾았다는 김찬영(36)씨는 “삼성의 두 번 접는 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렇게 멋진 제품들을 만든다는게 자랑스러웠고 해외 인사들이 직접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니 ‘K테크’의 위상이 실감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