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관세 15% 유지 합의 …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포함식품·화장품업계 "리스크 줄고 경영전략 수정 부담 완화"CJ·오뚜기·대상·코스맥스 등 현지 생산기지 확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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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상호관세가 기존 15%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유통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과 경영전략 수정 우려가 해소된 덕분이다. 다만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과 달리 유통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이날 관세협상 세부내용에 최종 합의했다"며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15%로 인하하고 상호관세는 1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 원금 회수 장치도 마련했고 상업적 합리성을 MOU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 시장 타격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30일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인하, 대미 금융투자를 골자로 한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를 마쳤지만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금융투자 패키지 세부내역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미국 수출 비중을 확대해온 식품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관세 인상에 따른 경영전략 수정과 부담 가중 우려가 사라지면서 그간 보류했던 대미 수출 확대 전략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억9290만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의 15.9%를 차지했다.
다만 관세 여파로 주요 품목의 수출은 상반기부터 주춤했다. 정부가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금융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이 과정에서 수출 흐름이 일시적으로 경색됐다.
7월 기준 면·과자 등 가공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26개월 만의 감소세다. 세부적으로는 과자류가 –25.9%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고 라면(–17.8%), 인삼류(–13.4%), 소스류(–7.2%) 순으로 줄었다.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 완화로 원자재·인건비 부담을 키웠던 환율 급등세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주요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으며, 현재 미국 내 공장이 20곳에 달한다.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2027년 완공 목표로 신규 공장도 건설 중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8월 미국 내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캘리포니아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은 2022년 LA에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대규모 김치공장을 완공해 연간 20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농심은 미국 제3공장 대신 부산에 수출 전용공장을 짓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최근 미국 수출이 급증한 화장품업계 역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6억7000만달러로 미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미 주요 ODM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기반을 갖추며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왔다. 코스맥스는 뉴저지주 공장을 한국콜마는 펜실베이니아주 1공장과 최근 완공한 2공장을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원가 부담 확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며 현지 리테일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가 15%로 유지된 것은 다행"이라며 "추가적인 경영전략 수정 부담이 줄어들면서 투자와 생산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