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신라면세점, 매달 수십억 적자 감내하다 결국 철수임대료 협상 결렬에 법원 조정도 무력 … 손익분기점 한참 밑돌아남은 사업자는 재입찰 눈독 … 면세 시장 판도 뒤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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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과 소비 둔화, 높은 임대료 부담이 겹치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게 됐다. 한때 면세점업계의 핵심 무대였던 인천국제공항에서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며 면세 시장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 ▲ 인천공항 ⓒ뉴데일리DB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모회사 신세계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제1·2터미널에 걸친 DF2 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 4709㎡ 규모의 해당 구역은 내년 4월 27일까지 운영 예정이었지만 10월30일부로 반납 절차에 들어간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운영을 지속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는 명동 시내점과 DF4(패션·잡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점에서 매월 50억~100억 원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보다 한발 앞서 지난달 호텔신라 역시 인천국제공항 DF1 권역(주류·담배·화장품·패션 등) 철수를 선언했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이후 소비 패턴 변화와 구매력 둔화로 적자가 누적되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매달 60억~80억 원의 손실을 감내해왔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속 운영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했다"며 "단기적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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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고 뒤이어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사유로 조정 절차에 동참했다.
올해 인천지방법원은 신라면세점 임대료 25%, 신세계면세점 27.2% 인하를 권고하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즉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임대료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사에는 철수나 소송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됐다. 신라면세점이 먼저 백기를 들었고 신세계면세점도 뒤이어 일부 사업권을 반납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을 뺐다.
인천국제공항은 한때 면세점업계의 상징적 무대였다. 유동 인구가 보장되고 매출 안정성이 높아 사업권만 따내면 매출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 속에 입찰 경쟁이 과열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임대료 산정 방식이 이용객 수 연동제로 바뀌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2023년부터 출국 여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구조로 변경되면서 입국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은 회복되지 않아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오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신라면세점은 객당 8987원,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10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공항 유동 인구는 회복됐지만 소비 구조가 달라져 매출이 예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임대료와 환율, 소비 위축이 맞물리며 공항 면세점의 수익 모델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업권 반납에 따른 절차를 진행 중으로 후속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 일정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중국국영면세그룹(CDFG) 등이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