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농산물 놓고 발표 엇갈려… 협상 연장전 불가피2000억불 투자처·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도 조율 필요전문가들 "후속 협의서 민감한 쟁점들 재부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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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지만, 반도체 관세와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양국 간 발표 내용이 엇갈리며 협상 후속 과정에서 '해석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민감 품목의 방어와 반도체 관세 완화 성과를 강조한 반면, 미국은 '시장 100% 개방'과 '반도체 제외'라는 표현을 사용해 혼선을 키우고 있다.먼저 반도체 관세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늦은 저녁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반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혀 의문을 키웠다.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김 실장의 전날 발표에 대해 "양국의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며 전날 밝힌 합의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정부는 당장 합의 내용이 양해각서(MOU) 등 형태로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큰 틀에서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를 보장받은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아직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세부 협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충분히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농산물 분야에서도 표현 차이가 뚜렷하다. 김 실장은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의 추가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고 강조했지만,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자국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이 그동안 '100% 개방'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해온 만큼, 합의를 흔들 정도의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국민들에게 관세 협상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이처럼 양국 간 발표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협상 문구의 해석 차이와 정치적 수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실질적 방어 성과를 강조하고, 미국은 자국 내 성과 홍보를 위한 강한 표현을 선택한 셈이다.세부적인 내용까지 완결된 타결이 아닌 만큼 양국 간 협상 연장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통상 전문가는 "양국 간 협상은 타결됐지만, 디테일 조율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후속 협의에서 민감한 쟁점들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9. ⓒ뉴시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이 합의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가운데 현금 투자하기로 한 2000억달러가 어디에 쓰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파이프라인, AI(인공지능), 에너지 인프라, 중요 광물, 첨단 제조, 양자컴퓨팅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측은 반도체, 2차 전지, 원전 등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세부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양국 간 '기싸움'이 예상된다.또 이번 합의로 한국산 자동차 수입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는데 그 시점도 관심이다.김용범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 그달의 첫날로 소급해서 관세를 인하하기로 그렇게 양국 간 얘기가 됐다"라고 전했다.대미 투자 전제하에 관세가 인하되기 때문에 대미 투자 펀드 기금 신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일본의 경우 9월 4일에 합의한 뒤 미국이 관세 인하 관보를 게재하기까지 12일 걸렸는데, 우리는 시스템이 달라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다만 우리나라가 법안을 마련해 11월 중 제출하면 그달이 속하는 11월 1일 정도로 소급해서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11월을 넘기면 12월 1일 적용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