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GPU 26만장 공급 … "AI 패권 중심"AI 팩토리 구축 … 소버린 AI 시대 본격화하드웨어 넘은 반도체부터 6G·양자까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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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주요 파트너사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4개 기업과 정부에 총 26만 장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한다. 공급 규모는 최대 1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전 세계적으로 GPU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우선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소버린 AI(국가 주도형 AI) 구축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6세대 이동통신(6G), 의료,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엔비디아는 지난 30일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사전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한국 인프라·기술 발전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6만 개의 최신 GPU '블랙웰(Blackwell)'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며 자동차, 제조, 반도체, 통신 등 주요 산업의 AI 전환과 디지털 혁신을 가속할 예정이다.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 회동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엔비디아 "韓을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 … GPU 30만개 공급정부는 최대 5만 개의 GPU를 활용해 산업 전반의 AI 개발을 지원하고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5만 개,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 개의 GPU를 도입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공급을 통해 한국 내 AI GPU 보유량이 기존 6만 5천 개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며 한국이 세계적인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현재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으로 GPU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국내에 공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GPU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이번에 공급되는 GPU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이 주력이며 일부는 RTX 6000 시리즈가 혼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GB200 한 대당 가격을 약 3만~4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체 공급 규모는 10조~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협력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엔비디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적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4개 기업은 GPU 외에도 엔비디아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AI 팩토리는 일반적인 데이터센터가 아닌 지능(Intelligence)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엔비디아가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과거 산업혁명의 기반이 전기였다면 오늘날 산업의 동력은 AI 팩토리가 될 것이라는 게 엔비디아의 비전이다.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엔비디아는 각국의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으로 한국의 주권형 AI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반도체, 제조, 통신, 게임, AI 스타트업 등 촘촘한 산업 생태계가 실제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 ▲ APEC 2025 행사장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4 제품 ⓒ이가영 기자
◇ 삼성부터 현대차까지 … AI 팩토리로 산업 혁신 본격화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함께 5만 개의 GPU를 탑재한 업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AI 기반 제조 혁신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오픈소스 기반 대형언어모델인 네모 트론(NeMo Tron), 쿠다(CUDA)-X, 옴니버스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 속도와 수율을 개선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와 아이작(Isaac) 로보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SK그룹도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AI 팩토리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은 반도체 연구와 생산,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를 목표로 하며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GPU를 통해 국내에 특화된 소버린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내 제조사들이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한다.현대차그룹은 블랙웰 GPU 5만 개를 활용해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AI 팩토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중심의 AI 전환을 가속화한다. 현대차는 나아가 정부와 함께 국내 피지컬 AI 분야 확장을 위해 약 4조 30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진행한다.LG그룹은 로보틱스와 의료 기술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한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스타트업 및 학계와 함께 암 진단 연구 생태계 조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NCAI,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과 함께 네모 트론을 활용한 소버린 LLM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엔비디아는 통신 부문에서도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연세대학교와 함께 AI 네이티브 6G 무선 네트워크와 AI 무선접속망(RAN) 개발에 나선다. 통신망이 국가 경제의 디지털 신경망인 만큼 6G는 단순한 통신 기술을 넘어 전체 산업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모든 통신 기술이 실리콘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 네이티브 방식으로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이 밖에도 엔비디아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공동으로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국가 슈퍼컴퓨터 '한강'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연구도 추진한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이 같은 대규모 협력 계획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칩 제조를 넘어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상징하며 한국이 그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음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