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공방, 프레스 프리뷰 공개 … 손의 온기 콘셉트로 공간 채워1000장 손편지·수작업 리본 … 디지털 시대에 던진 정성의 메시지네이버 사전예약 30분 만에 마감 … 연말 인증샷 명소 흥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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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인증샷 성로 꼽히는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들어서자 깊은 숲속 동화 속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눈 내린 삼각 지붕과 굴뚝, 붉은 리본 장식이 이어지며 한 달 빠른 크리스마스를 실감하게 했다.
- ▲ ⓒ김보라 기자
올해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테마는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ël; made with love)이다. 산타와 엘프, 루돌프가 감기에 걸려 아이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전하지 못하게 되자 캐릭터 해리가 대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이야기다.
해리가 선물 제작부터 포장·배달까지 전 과정을 맡으며 손으로 시간을 들이는 과정과 정성의 가치를 다시 일깨운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2022년 해리의 곡물창고, 2023년 해리의 꿈의 상점, 지난해 움직이는 대극장 등 매년 테마를 바꿔가며 꾸며왔다.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 디자이너는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대의 감정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스토리 서사"라며 "치유, 화해, 희망, 연대에 이어 올해 주제는 따뜻한 연결, 즉 손의 온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릭 한 번이면 선물이 도착하는 시대에 잊힌 정성의 시간을 되살리고자 했다"며 "1000장의 손편지, 1000개의 펠트 인형, 직접 묶은 리본 등 모든 요소에 사람 손길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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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빌리지는 산타의 집, 편지공방, 선물공방, 포장공방, 루돌프의 집, 선물상점 등 5개의 연출 공간과 자체 브랜드(PB) 숍으로 구성됐다.
- ▲ ⓒ김보라 기자
정 책임 디자이너는 "모든 공간은 중세 유럽의 코티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트리를 닮은 삼각 지붕, 통나무 외벽, 굴뚝과 테라스가 어우러진 형태로 설계했고 외관부터 조명·사인물·폰트까지 중세 고딕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산타의 집이 방문객을 맞는다. 입구 양쪽에는 붉은 포인세티아가 가지런히 놓였고 벽난로 앞에는 작은 강아지 오브제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벽에는 오래된 지도와 항해일지, 낡은 카메라와 여행 엽서가 걸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을 누비며 이야기를 모은 산타라는 설정이 작은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꾸몄다.
산타의 집을 지나 나오면 높이 8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 기둥들이 숲을 이룬다. H빌리지를 둘러싼 나무만 100여 그루를 설치했다고 한다. 나무 사이로 여우·토끼·부엉이 오브제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숲에 생동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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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공방에서는 순백의 베리 장식과 크림 색조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장에는 아이들의 소원이 담긴 편지 1000장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 편지가 실제로 날아가는 듯 연출됐다. 모든 편지는 각기 다른 종이에 수기로 적혀 있어 인상적이었다.
- ▲ ⓒ김보라 기자
다음은 선물 공방. 호두까기 인형을 만드는 해리들, 작은 톱과 망치 모형이 놓인 작업대, 선물을 실은 기차가 반복적으로 지나간다. 장난감 병정과 미니 케이크, 선물 상자 모형이 벨트 위를 움직이며 작은 공장이 살아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포장 공방은 약 1000개의 선물 상자가 층층이 쌓였고 상자를 감싼 리본은 10명이 열흘 동안 직접 묶을 정도로 정성에 초점을 둔 공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루돌프의 집은 작은 오두막 형태다. 통나무와 마른 풀, 오렌지 조각과 시나몬 스틱이 장식됐다. 노란 조명 속 루돌프 인형이 담요를 두르고 쉬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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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테마 공간 곳곳에는 현대백화점이 자체 개발한 PB 상품도 배치됐다. 해리 곰인형 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머그컵·키링·엽서·오너먼트 등 약 60종이 전시·판매된다.
- ▲ ⓒ김보라 기자
현대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연출과 이색 공간으로 매년 연말 인증샷 성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지난해 누적 관람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역시 열기는 이어진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네이버 1차 사전 예약에는 동시 접속자 4만5000명이 몰리며 30분만에 마감됐다. 지난 1일 첫 공개된 뒤 하루치 예약도 모두 찼고 실제로 첫날인 이날 오전 9시부터 대기줄이 형성됐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콘텐츠는 일종의 연말 감성 건축물이자 체험형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라며 "백화점을 단순 소비 공간이 아닌 감정과 이야기가 머무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서 보면 스케일에,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에 감탄하게 하는 연출을 지향한다"며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 백화점의 경쟁력이라 믿는다. 고객이 머문 시간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 ▲ ⓒ김보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