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브리핑 공지 세시간 만에 돌연 연기 캠코, 입찰 전면 중단 … 기재부, 대응책 고심총리 사전재가 必에 국유재산 총괄 권한 '흔들'구윤철 "정부자산 조사 중 …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
  • ▲ 기획재정부. ⓒ뉴시스
    ▲ 기획재정부.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긴급 지시하면서 국유재산 정책을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대통령이 사실상 전임 정부의 자산매각 과정을 문제 삼은 만큼, 기재부는 어떤 입장을 내놓더라도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5일 기재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긴급 지시한 국유자산 매각 전면 중단과 관련해 정부 자산 매각 상황 전반을 점검 중에 있다. 

    당초 기재부는 4일로 예정됐던 관련 브리핑을 전날 언론에 공지했다가 불과 세 시간만에 돌연 '3일 후'(6일)로 잠정 연기했다. 기존 매각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 등 여러가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유재산 매각 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드러난 셈이다. 

    브리핑 일정 변경이 몇 시간만에 뒤집히자,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관련 브리핑을 공지한  뒤, 대통령실에서 일정을 사흘 뒤로 미루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유재산 매각과 관련한 제도 개선과 대책을 마련하는 단계여서 이번 브리핑에서 이를 발표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며 "브리핑 일정이 6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 긴급 지시 발표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대통령 지시는 통상 대통령실이나 주무 부처를 통해 전달되지만, 이번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직접 발표에 나섰다. 

    최 장관은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며 "현재 진행하거나 검토 중인 자산 매각에 대해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득이 매각이 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무총리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기재부가 국유재산 관리의 주무부처로서의 주도권을 잃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이 국유재산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국유재산을 관리·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통령의 긴급 지시에는 국무총리의 사전 재가 절차가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국유재산 매각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이 총리실로 넘어가는 구조가 되면서, 기재부 예산 기능이 총리실로 이관되는데 이어 국유재산 총괄 권한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이 대통령의 긴급지시 배경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이 제기한 국유재산 헐값 매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각을 진행한 국유 부동산 중 낙찰가율이 100%를 밑돈 비율은 2020∼2022년 4.4∼11.0%였지만 2023년 42.7%, 2024년 58.7%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정정훈 캠코 사장은 "공개입찰의 경우 100%로 시작해 유찰 시 가격이 내려가는데, 공개입찰 건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100% 미만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캠코는 대통령 긴급지시 이후 진행 중이던 국유재산 매각 입찰을 전면 중단하고 내부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추후 입찰은 기재부의 세부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안팎의 관심은 기재부가 내놓을 점검 결과에 쏠리고 있다.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진 기재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파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재부로선 국감에서 국유재산 매각 절차의 부적절성이 도마위에 오른데다,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상황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처지다. 그렇다고 '헐값 매각' 가능성을 인정하기에는 자산 매각 정책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고, 감사는 물론 관련 실무진의 책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매각 사유가 불가피한지, 가격을 싸게 판 것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각 부처들이 보유한 국유재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가이드라인을 줘야할지 제도개선을 포함해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