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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순대외자산(NFA)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섰다. 대외지급 능력은 강화됐지만, 해외투자 쏠림이 국내 자본시장 약화를 불러오는 ‘명(明)과 암(暗)’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국의 GDP 대비 NFA 비율은 55%로 연간 기준 역대 2위 수준을 기록했다. 2014년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지며, 일본·노르웨이처럼 전통적 채권국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순대외자산 확대의 배경에는 서학개미의 공격적 해외투자, 글로벌 무역흑자 지속, 연기금의 해외 비중 확대 등이 자리한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국내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고령화가 빠른 한국의 자금이 해외로 더 빠르게 이동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균형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국민소득과 인구구조 등을 반영한 균형 NFA 비율을 2023년 기준 30% 수준으로 추산했는데, 실제 비율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과잉 대외저축 성향이 지속될 경우 해외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은은 특히 순대외자산 구성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환보유액이나 은행 부문이 중심이 되어 외환시장 변동 시 완충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개인·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민간 투자 비중이 급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안정판’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달러 투자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도 우려된다. 자본이 국내에서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채권시장 체력이 함께 약해지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건전성 강화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리스크 노출 확대, 통상 마찰 가능성 등 부정적 영향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해외자산 확대는 향후 경제 변동성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증시 조정이나 지정학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민간 자금이 직접 충격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책 과제로는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이 꼽힌다.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활성화, 기업 밸류업 정책 강화, 배당·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 투자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처럼 시장 체질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희은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NFA 증가는 대외 건전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본의 해외 유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며 "국내 주식 시장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과도한 해외 투자 치우침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