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고착, 가격경쟁력 흔들유커 귀환에도 수익성 개선 더뎌업계 "1500원선 가면 버티기 어렵다"
  • ▲ 면세점 ⓒ뉴데일리DB
    ▲ 면세점 ⓒ뉴데일리DB
    실적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면세업계가 환율 공포에 흔들리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해외 투자 부담까지 겹치며 환율이 1500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업계가 손익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1200원선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49.4원) 대비 7.4원 내린 144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에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와 달러 매수세가 겹치며 장중 1450원선을 터치, 지난 4월11일(1449.9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부담까지 더해지며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500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고환율은 면세업계에 직격탄이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을 매입·판매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매입 단가가 즉각 높아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부 품목은 백화점 할인 상품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그동안 면세점 구매의 강점이었던 저렴한 가격이 급등한 환율로 인해 사실상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마진을 줄여 환율 상승에 대응하고 있지만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행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면세업계의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 외국인은 123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K팝·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방한 수요를 꾸준히 자극 중이다. 최근 정부가 시행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정책도 객단가가 높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환을 촉진하며 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 수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3분기 매출 8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으나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적자 폭은 전년(–387억원) 대비 283억원(73.1%)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면세점도 매출 2225억원으로 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 2분기 6685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3분기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신세계면세점도 2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 전년 수백억원대 적자에서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효율화와 시내점 간 출혈 경쟁 완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미 손익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1200원 후반대를 넘어선 상황이라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명품의 경우는 벌써 백화점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