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어진다", "선택의 자유" 등 의견 나와 택배노조, 최근 새벽배송 제한 방안 제안"다회전 시스템, 프레시백 회수 압박 개선해야" 지적택배기사 권익 개선보다 정치적 문제 변질 비판
  • ▲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택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뉴데일리DB
    ▲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택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뉴데일리DB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을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는 ‘새벽배송 금지’가 택배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택배기사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높은 수입 때문에 새벽배송을 선택했는데 자칫 일자리 없어질 수 있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당사자인 택배기사들의 대다수는 누굴 위한 새벽배송 금지 인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최근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새벽배송 제한 방안을 제안했다. 

    택배노조는 입장문에서 “새벽배송 택배기사들은 과로사 기준을 넘는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 중 가장 위험한 시간대인 0~5시의 배송 업무를 제한해 택배기사들에게 최소한의 수면 시간과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 3일 한동훈 전(前)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이 사안을 두고 공개토론을 하기도 했다. 

    택배기사 관련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새벽배송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규제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분위기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야간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으며, 생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새벽 시간대에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며, 교통 정체가 없어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해 새벽배송을 선호하는데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택배기사 A씨는 “기사들이 새벽배송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입 때문”이라면서 “본인들이 스스로 업무를 하겠다는데 정부 또는 노조가 이를 제한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씨도 “노조에서 주장하는 취지가 옳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걸린 일”이라면서 “주간에는 주차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있지만 새벽 시간에는 차량 정체도 적고 보다 효율적인 동선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 ▲ 택배기사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새벽배송 금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뉴데일리DB
    ▲ 택배기사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새벽배송 금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뉴데일리DB
    남편과 2인1조로 택배업무를 하고 있는 C씨는 “주간 2년, 야간 2년 했는데 야간 페이가 주간에 비해 넘사벽으로 높다”며 “주간 자리는 이미 다들 꿰차고 있고 야간이 더 좋아서 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는 새벽형 인간이라 야간이 더 좋다”면서 “저희가 야간으로 돌아온 데는 이유가 있으며, 현장 상황을 모르고 얘기하는 거 보면 정말 웃기다”고 덧붙였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새벽배송보다 다회전 시스템, 쿠팡 프레시백 회수 압박 등이 업무 과다의 근본 원인이며,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누적되면서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권익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측은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론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방안을 제안했는데 ‘새벽배송 금지’에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항변했다. 

    택배노조 측은 “새벽배송을 하는 택배기사들의 입장도 이해한다”면서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다회전 배송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새벽배송 금지 사안은 쿠팡을 겨냥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새벽배송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 업체들은 올해 상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한진 대리점연합회는 지난 7월 택배노조와 각각 단체협약,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주 7일 배송을 시행한 가운데 택배기사들의 일정기간 연속근무 금지, 휴일 배송 시 추가 수수료 지급, 주 5일 근무제 확대 등에 합의했다. 

    또한 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자 택배기사들에게 자율적인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지연배송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현재 새벽배송 사안은 쿠팡으로 인해 촉발됐다”면서도 “문제는 고객들이 새벽 일찍 물건을 배송받기 원하며, 택배업체, 택배기사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의견 대립이 심화되면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