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15배 폭리, 수익 은닉해 8억 축적 사례 레이더에 포착공공기관 및 사립 교원까지 포함된 '기업형 암표조직'국세청 "FIU 정보까지 총동원해 현금 흐름 추적"
  • ▲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 ·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국세청
    ▲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 ·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국세청
    #암표업자 A씨는 주요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공연, 프로야구 입장권 등을 재판매하며 폭리를 취해왔다. 주요 공연의 경우 입장권 정가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240만원에, 주요 프로야구 경기는 10만원 수준의 입장권을 200만원 가량으로 재판매하기도 했다. 수년간 수입은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8억원 상당의 예금·부동산 등을 축적했다. 

    국세청이 티켓에 웃돈을 받고 재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탈루 혐의가 있는 암표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국민 개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며 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들의 관행적인 탈루행위에 주목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 상위 1% 판매자의 인당 연간 판매 건수인 280여건을 크게 상회하는 거래량을 보인 전문 암표상들 중에서도 가장 탈루혐의가 짙은 업자들이다. 

    공공기관 근무자·사립학교 교사를 포함해 체계적인 전문조직 및 협력업체를 갖춘 기업형 암표업자에 이르기까지 총 17개 업자가 타깃이다. 이들은 수만 건 이상의 거래를 통해 최소 200여억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법은 △중고거래 재판매 △대리 티켓팅(댈티)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 예약 대기 없이 즉시 예매가 가능한 인터넷 주소(직접 예약링크) 등이다. 

    중고 거래가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조사대상자들은 수년에 걸쳐 4만건 이상의 주요 입장권을 확보한 후 정가의 최대 30배가량에 이르는 폭리를 취하며 암표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중고거래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판매 내역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고자 대금을 개인 계좌로 수취한 후 '판매 완료' 처리를 하지 않은 채 티켓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익을 은닉했다. 

    대리 티켓팅은 전문 노하우를 갖춘 암표업계의 '프로선수'들이 모여 일부는 조직적인 사업체로 발전, 고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대리 티켓팅을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을 과소 신고하고, 고가의 외제차를 몰면서 뒤로는 부당하게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혜택을 받기도 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입금액을 분산하고 세금을 축소하거나, 빼돌린 소득으로 수억원 대의 국내·해외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티켓팅 전쟁은 초단위의 경쟁을 지나 더 이상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양상"이라며 에 "매크로가 없는 예매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예매처의 대응이 강화되고 각종 제재가 도입되자 대기열 우회로 '온라인 새치기'를 할 수 있는URL인 직접 예약링크(직링)를 티켓 예매희망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는 민생과 시장질서에 미치는 사안의 파급력과 시급성을 감안해, 암표업자들의 수익 내역과 자금흐름 및 은닉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추적, FIU 정보 등 가용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암표판매와 관련된 현금거래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정당한 세금을 추징하여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