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모 치료 난제 '염증', 혈액정화요법으로 돌파구 찾는다

에크모(ECMO) 치료 중 발생하는 염증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혈액정화요법을 병합하는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양정훈·고령은 교수 연구팀은 심인성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에크모 치료에 혈액정화요법을 접목한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크리티컬 케어(Critical Care, IF=9.3)'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심인성 쇼크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전신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상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VA-ECMO)를 통해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해 혈액을 순환시키고 산소를 공급받는다.

그러나 쇼크 자체의 염증 반응과 체외순환으로 유발되는 과도한 염증,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 겹치면 예후가 악화될 수 있어 이를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연구팀은 염증성 물질과 내독소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혈액정화 필터 '옥사이리스(oXiris)'를 활용해 에크모 치료와 병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연구 결과, 혈액정화요법을 병행한 환자군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IL)-6 수치가 치료 시작 24시간 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7일째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염증 지표인 성장분화인자(GDF)-15 역시 48시간 이후 유의하게 감소했다.

다만 내독소 수치나 사망률 등 주요 임상 결과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령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에크모 치료 중 혈액정화 필터가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 파일럿 무작위배정연구로 내독소 감소나 생존율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염증 지표 감소라는 의미 있는 신호를 확인했다"며 "향후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정훈 교수는 "에크모는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수단이지만, 치료 과정에서 생리적 반응을 세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염증 조절을 통한 치료 안전성 향상 가능성을 제시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