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빚투는 레버리지" 금융당국 장밋빛 전망발언 무색하게 이틀 만에 5%대 폭락 'AI 쇼크'사상 최고 26조 빚투에 … 반대매매 공포 '초긴장'
  •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빚투(빚내서 투자)도 레버리지의 일종", "오천피(코스피 5000)도 당연히 가능".

    증시 과열에 기름을 붓는 듯했던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저주'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AI 거품 붕괴' 조짐에 코스피가 급락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4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빚투를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코스피 5000'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버블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라며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이 무색하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검은 수요일'이었던 지난 5일 코스피가 장중 6% 이상 폭락하며 3800선까지 밀렸고,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6일 0.55% 반등하며 잠시 급락세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7일 '검은 금요일'에 또다시 1.81% 하락하며 3,953.76에 마감, 종가 기준 4,000선을 내줬다. 미 증시의 'AI 거품론'과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겹친 결과다. 외국인은 지난 7일까지 9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매도했으며 누적 매도액은 9조7000억원에 달한다.

    ◇ 'AI 쇼크'에도 "더 사자" … 신용잔고 또 최고치

    문제는 경제 수장들의 낙관론 속 '빚투' 규모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더욱이, 증시 급락에도 빚투는 멈추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8225억원으로, 2021년 9월 13일(25조6540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은 수요일'의 폭락에도 빚투가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다음 날인 6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8782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일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빚투 규모가 계속 늘어난 것은, 앞서 지수 급등 때 포모(FOMO·소외 공포)에 시달린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을 틈타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개인들, '인버스' 팔고 '레버리지' 베팅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최근의 변동성 확대에도 지수가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주간(11월 3일~7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1·2위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해당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였다.

    반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와 'KODEX 인버스'는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ETF 종목 1·2위를 차지했다.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보다 오히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 및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 반대매매 공포, 증권사 '문단속'

    그러나 빚투 리스크는 현실화하고 있다. 증시가 흔들리자 반대매매 물량이 즉각 급증했다. 지난 4일 반대매매 규모는 163억원으로 9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발생한 일평균 반대매매액은 125억원 수준으로,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지수 상승이 대형주에만 집중된 '착시 효과'는 개인 투자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2.78% 상승했지만, 하락 종목(615개)이 상승 종목(288개)의 2배를 넘었다. 개인이 주로 보유한 중소형주가 소외되면서 지수 상승일에도 133억원의 반대매매가 터져 나온 것이다.

    '빚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증권사들은 당국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서둘러 '문단속'에 나섰다. KB증권은 주식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했으며,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 다수 증권사는 변동성이 큰 일부 종목의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주도주인 AI 산업에 치명적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고 증시 전반에 걸친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면서도 "AI 버블과 고평가 지적이 끊이지 않아 점점 많은 이들이 부정적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있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용잔고는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라며 "강제 청산에 따른 매물 출회가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만큼, 상환 능력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