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평 규모 울릉공항 8792억 투입해 2027년 개항 목표 추진 중주민 "항공기 80인승 확대하면 활주로 1200→1500m 연장 필요"정부 "연장 없이도 안전 확보 … 연장 땐 1조 추가·공기 지연 불가피"
  • ▲ 울릉도 주민들이 지난 6일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외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임준환 기자
    ▲ 울릉도 주민들이 지난 6일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외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임준환 기자
    야간 여객선을 타고 6일 아침 도착한 울릉도 사동리. 기자가 마주한 첫 풍경은 주황색 조끼를 입은 주민들이 들고 선 피켓이었다.

    "짧은 활주로 안전은 어디에?", "생명줄 놓치면 국토부가 공범이다."

    울릉공항 건설 현황 브리핑이 열리는 날, 주민들은 현장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분노와 절박함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항공기 좌석 기준이 종전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늘어났잖아요. 기체가 커질 경우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활주로 300m 추가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이날 브리핑은 울릉주민 대표단의 참여 없이 진행됐지만 몇몇 주민이 브리핑장으로 들어와 외친 말로 현장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주민들은 "브리핑에 울릉주민 대표단 참석을 국토부에 요구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데 발표 내용을 듣지도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울릉도 기상에 1200m 활주로는 어림없다" … 주민들, 안전성 문제 정면 제기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공항은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일원에 13만평 규모로 건설 중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80인승 항공기 ATR-72가 취항할 수 있도록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활주로 길이가 지나치게 짧다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울릉공항은 인근 가두봉을 깎아 만드는 만큼 바람에 더 취약하다"며 "국내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 1200m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활주로 길이뿐 아니라 지형적 특성까지 들어가며 국토부의 설계안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취항 예정 항공기의 최적 이륙 조건 기준은 1315m. 현재 계획된 활주로보다 115m가 더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국제선은 3000m 이상, 국내선은 2700m 내외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울릉공항은 1200m로 설계돼 있어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공항의 안전성이 종전보다 낮아졌다"며 "활주로 길이 연장 등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 ▲ 경북 울릉군 사동항 울릉공항 건설 현장 드론 촬영 캡처. ⓒ국토부
    ▲ 경북 울릉군 사동항 울릉공항 건설 현장 드론 촬영 캡처. ⓒ국토부
    국토부 "연장 없이도 안전 확보" … 주민 "우린 실험대 아니다"

    국토부는 활주로 연장 없이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컬라이저(LLZ), 글라이드패스(GP) 등 전자 계기장비를 활용해 이착륙을 돕고, 항공기 이탈방지시스템(EMAS)을 도입해 유사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시계비행뿐 아니라 계기비행도 가능하도록 항행안전 및 등화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결항률이 여객선보다 높아진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울릉공항은 실험장이 아니에요."

    실제로 비행 방식이 기존 2C 계기비행에서 3C 시계비행으로 바뀌면서 결항률은 8.27%에서 23.37%로 급증했다. 이는 울릉도 여객선 결항률(22.1%)보다도 높은 수치다.

    주민들은 "국토부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공항은 관광객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생존과 직결된 문제예요."

    국내 최대 해상 매립 공항 … 국토부 "추가 예산 없이는 공기 무기한 연기"

    울릉공항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매립 공항으로 총 사업비는 8792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약 70%의 공정률을 보이는 울릉공항은 수심 31m를 메우고 최고 51m 높이의 성토를 쌓아 건설 중이다. 

    이를 위해 공항부지 인근의 가두봉을 약 30개월간 절취해 915만㎥의 토사를 공급한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 '케이슨'도 국내 최대 규모로 도입된다. 총 30개 케이슨은 아파트 12층, 3개동 규모이며 중량은 약 1만6000톤에 달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거대한 구조물보다 활주로 300m가 더 절실하다고 말한다.

    "1조원이 더 들고 공기가 3년 늘어난다 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공항은 실패입니다."

    국토부는 신중론을 펼친다. 추가 예산이 조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변경을 할 경우 공기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와 감사원의 지적을 토대로 활주로를 연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최적의 안전관리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공항이 목표대로 내후년까지 완공돼 울릉도 지역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외부와 연결되는 생명줄이다. 이 생명줄이 짧아질 때, 울릉도는 더 고립될 수도 있다. 
  • ▲ 지난 6일 울릉공항 활주로 공사 현장 모습 ⓒ임준환 기자
    ▲ 지난 6일 울릉공항 활주로 공사 현장 모습 ⓒ임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