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리툰 거리에 집결한 애플·샤오미·화웨이 매장애플·화웨이 프리미엄 수요, 보급형은 로컬 브랜드비교적 한산한 삼성 매장 … 현지 생태계 공략 난항
  • ▲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의 모습.ⓒ이가영 기자
    ▲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의 모습.ⓒ이가영 기자
    중국의 기술 자립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자국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가 급속히 바뀌는 추세다. 한때 세계의 ‘조립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이제 대표적인 주문자생산(OEM) 국가에서 혁신을 이끄는 기술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삼성전자가 유독 중국에서만 고전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뉴데일리는 중국 베이징 현지는 물론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과 연구시설, 본사 캠퍼스를 탐방하고 중국 기술 굴기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해봤다. [편집자주]

    지난 3일 월요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三里屯) 밤 8시. 평일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외국인과 관광객, 중국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랜드마크로 꼽히는 사거리 대형 전광판은 대낮처럼 거리를 밝혔고,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젊은층이 무리를 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며 밤의 활기를 더했다. 모여드는 사람들로 카페와 매장 앞은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싼리툰은 한국으로 치면 성수의 감각적 분위기에 청담의 플래그십 거리를 더한 곳으로, 베이징에서 가장 빠르게 소비 흐름이 바뀌는 지역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디올, 루이비통, 랄프로렌, 마르지엘라, 샤넬 등 명품 매장까지 한 블록 안에 들어서 있다. ‘트렌드 1번지’로 불리는 이 곳에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와 애플·삼성 등 글로벌 스마트폰 매장들이 자리해 각자의 기술력과 브랜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 가장 눈에 띈 곳은 타이구리 쇼핑센터 한 가운데 있는 애플 스토어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애플이 뉴욕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낸 플래그십 매장이다. 입구 상단의 사과무늬 로고와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디자인의 건물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은색 지붕은 경계가 매끈하게 떨어져 마치 거대한 ‘맥북’ 상판을 연상케 했고, 지붕 아래 전면 유리 외벽은 내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평일 밤임에도 매장은 붐볐다. 애국소비 확산으로 중국 내 애플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었는데 싼리툰 매장 분위기는 달랐다. 이 곳 애플 스토어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됐는데, 2층에는 창밖으로 쇼핑센터 광장을 내다볼 수 있는 ‘뷰잉 갤러리’가 자리해 있었다. 

    넓고 탁 트인 공간 중앙의 대형 나무 테이블에는 다양한 애플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특히 신제품인 ‘아이폰 에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카메라 기능을 시험하거나 화면을 넘겨보는 사람들로 전시대는 빼곡했고, 구매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매장에 몰린 사람 대부분은 중국 현지인이었다. 

    애플 매장 직원은 “중국에서 애플은 프리미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라며 “특히 경제력이 있고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젊은 전문직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비싸지만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이폰 사용 비중이 높다. 스마트폰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샤오미 매장 전경.ⓒ이가영 기자
    근처의 샤오미 매장도 늦은 밤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타이구리 쇼핑센터 지하 1층에 자리한 매장에는 최신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체험하려는 고객들이 꾸준히 몰렸다. 외국인 비중이 유독 높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입구를 지나니 밝은 조명 아래 넓게 펼쳐진 체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의 긴 전시대에는 최신 스마트폰·태블릿·웨어러블 기기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소비자들은 카메라 성능이나 화면 밝기를 비교하느라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한쪽에는 방수 기능을 시연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작은 투명 수조 안에 잠긴 ‘레드미 노트 15 프로’는 LED 조명에 반사돼 더욱 돋보였고, 소비자들은 유리 수조 가까이 다가가 제품을 살피기도 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서니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AI 스마트 글래스’와 스마트홈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졌다. 그 뒤로는 냉장고·세탁기·건조기·에어컨 등 대형 가전 라인업이 배치돼 있었다. 단순 가성비 브랜드라는 과거 이미지와 달리, 색상과 디자인은 세련됐고 소재도 고급스러웠다. 스마트폰부터 생활가전까지 한 매장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어, 중국 젊은층이 샤오미를 ‘종합 테크 브랜드’로 인식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길 건너편 화웨이 매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화웨이는 자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애플이나 샤오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한산했지만 사진과 영상 기능을 시험해보려는 손님들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한 커플은 구매 상담을 받고 있었고, 몇몇 고객은 제품을 살펴보고 직원에게 세부 기능을 상세히 묻기도 했다.
  • ▲ 베이징 싼리툰에 위치한 삼성 매장 외관.ⓒ이가영 기자
    ▲ 베이징 싼리툰에 위치한 삼성 매장 외관.ⓒ이가영 기자
  • ▲ 베이징 싼리툰에 위치한 삼성 매장 전경. 벽면에서 신제품인 심계천하 W26을 홍보하고 있다.ⓒ이가영 기자
    ▲ 베이징 싼리툰에 위치한 삼성 매장 전경. 벽면에서 신제품인 심계천하 W26을 홍보하고 있다.ⓒ이가영 기자
  • ▲ 베이징 싼리툰 삼성전자 매장에 전시된 심계천하 w26.ⓒ이가영 기자
    ▲ 베이징 싼리툰 삼성전자 매장에 전시된 심계천하 w26.ⓒ이가영 기자
    반면 바로 인근의 삼성 매장은 확연히 조용했다. 이틀간 두 차례 방문했지만 외국인 방문객 몇명을 제외하고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 두 명이 안내 데스크 주변에 머물고 있었는데, 고객이 들어와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입구에는 삼성이 중국에서 주력하는 ‘심계천하’ 시리즈가 메인으로 전시돼 있었다. 지난달 출시된 심계천하 W26은 갤럭시 Z폴드7 기반으로 제작됐다. 현지 선호도를 반영해 골드 색상을 적용했고, 긴급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했다. 가격대는 꽤 비쌌다. 중국에서 삼성의 옥외 광고를 보기 힘든 편이지만 베이징 수도공항에는 대형 전광판 광고가 설치돼 있어, 삼성이 나름 신경을 쓰고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성 매장 직원은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삼성이 그래도 잘하는 게 이거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오면 대부분 한 번씩은 만져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와 생태계 측면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는 부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거리에 나란히 자리한 네 브랜드지만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과 관심도는 확연히 달랐다. 밤의 싼리툰은 ‘중국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싼리툰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남성 왕웨이 씨는 “애플은 ‘성공한 20대의 상징’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삼성은 존재감이 희미하다. 딱히 사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도 비싸고 카메라는 화웨이가 더 낫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며 “주변에서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삼성폰을 들면 오히려 더 튄다는 느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쓰는 스피커나 램프,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이 대부분 중국 브랜드라 스마트폰만 다르게 쓰면 생태계 측면에서도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리나 씨는 “아이폰은 색감이 좋아 사진 찍을 때 만족도가 높다”며 “중국 여성들은 피부 보정이나 뷰티 필터를 중요하게 보는데 삼성은 보정이 덜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는 가족이나 남자친구가 쓰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고, 샤오미는 스마트워치·패드·IoT 제품을 한꺼번에 맞추는 젊은층이 많다”고 덧붙였다.
  • ▲ 베이징 수도 공항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심계천하 w26 신제품 옥외 광고.ⓒ이가영 기자
    ▲ 베이징 수도 공항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심계천하 w26 신제품 옥외 광고.ⓒ이가영 기자
    애플·화웨이·샤오미 매장에 사람이 몰리고 삼성 매장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현상은 단순한 매장 입지 차이가 아니라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강화돼 왔고, 특히 화웨이는 플래그십 라인업을 앞세워 고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샤오미 또한 전기차 사업 진출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확대 전략을 맞물리며 브랜드 관심도가 높아졌다. 

    반면 삼성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머물며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화웨이 경쟁이 치열해하고, 중가 시장에서는 샤오미·오포·비보가 주도하는 구도가 자리 잡으면서 삼성이 설 자리가 좁아진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게 모이는 싼리툰 같은 현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의 기술 경쟁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뚜렷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확인된 이 흐름은 전기차·AI 등 첨단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2편에서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아 중국 기술 자신감의 현장을 직접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