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1인당 일자리 0.42개로 역대 최저청년 고용은 '얼어붙은 38개월' 최장 지속고용시장 위축에 청년 장기 실업 우려 커져
  • ▲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 불황 속에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실업급여 지급액은 9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서비스 통합플랫폼 '고용24'의 신규 구인 인원은 1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규 구직 인원은 33만5000명으로 6.6% 줄었다. 

    이에 따라 10월 구인배수는 0.42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0.19를 기록한 이후 10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0.5개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천경기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명절이 있는 달에는 기업들이 사실상 구인을 잘 하지 않고, 구직자도 간헐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9월과 10월을 합쳐서 평균치로 봐야 구인구직 상황이 객관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 한파는 단순한 계절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구조적 침체가 고용시장 전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 제조업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는 1만4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고, 내국인 기준으로는 25개월째 하락세다. 

    건설업도 가입자 수가 1만7000명 줄며 2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고용 악화는 더욱 심각하다. 연령별로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만 명 줄며 2022년 9월부터 3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이다. 

    특히 제조업(−2만6000명), 정보통신(−1만7000명), 도소매(−1만5000명), 전문·과학기술(−8000명) 등 청년층이 선호하거나 진입이 활발한 주요 산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청년층의 고용 감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문제다. 첫 일자리 진입이 늦어질수록 경력 단절과 소득 격차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청년층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2명 중 1명은 비자발적 실업 상태에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6개월 이상 장기 구직 상태에 머물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고공행진 중이다. 10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492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연속 월 1조 원 이상 지급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누적 지급액은 10조6795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고용 악화가 단기적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계 한 인사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회복세가 전체 고용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층과 중소 제조업 중심의 고용 기반이 흔들릴 경우 경기 반등의 지속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 구조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고용시장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