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AI 피크아웃' 경계 … 거품론 확산엔비디아향 수요 여전히 강력 … "주문 확대"삼성·SK "AI 메모리 수요 구조적 성장세 진입""일시적 유행 아냐" 낙관론도 … 주도권 경쟁 치열
  • ▲ ⓒ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 ⓒ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로벌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대만 TSMC가 최근 월간 실적에서 둔화된 성장률을 나타내자 일각에서 AI 산업의 고성장 국면이 막바지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내부에서는 여전히 '폭발적 수요'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에 대한 확신이 이어지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핵심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며 생산과 기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지만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기록되며 시장의 긴장감을 자극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TSMC는 AI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핵심 기업 중 하나이자 AI 산업을 이끄는 대장인 엔비디아의 최우선 파트너로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AI 수요 증가가 곧 TSMC의 성장'을 뜻하던 상황에서 이번 성장률 둔화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AI 성장 피크아웃(peak-out)'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 급등한 주가·불확실한 수익모델 … 월가, AI 거품론에 다시 긴장

    TSMC 실적 발표에 앞서서도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AI 산업에 대한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AI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AMD, 팔란티어 등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고평가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들 주요 기술주 주가는 지난 2023~2024년 사이 수백 퍼센트(%) 이상 상승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같은 현상이 과거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한 과열 신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시장 전체가 AI 테마에 지나치게 쏠린 점도 거품론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실질적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소수의 AI 대형주고 그 외 종목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고금리 기조 유지, 인플레이션 지속,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AI 기술의 수익화 구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매출이나 이익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딘 편이다. 특히 클라우드 기업이나 AI 스타트업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 지출을 이어가는 반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기관 투자자들이 AI산업에 경계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 자산운용이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AI 대표 기업에 대해 풋옵션(주가 하락에 베팅)을 공개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술주 전반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을 부추겼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산업의 '성장 정점론'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 ▲ SK하이닉스 HBM4 제품 전시 모습 ⓒ뉴데일리DB
    ▲ SK하이닉스 HBM4 제품 전시 모습 ⓒ뉴데일리DB
    ◇ AI 반도체 주역들 "AI 수요, 일시적 유행 아닌 구조적 성장" 시각 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 내부에서는 AI 수요의 구조적 성장을 근거로 중장기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TSMC와의 협력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해 자사 차세대 GPU 아키텍처인 '블랙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TSMC에 웨이퍼를추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역시 지난 10월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긴 했지만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생산 능력을 상회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급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 기조를 재확인했다.

    AI 반도체 핵심 제품인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현재의 메모리 초호황 상황이 AI 투자 수요가 견인하는 중장기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연산 환경에 최적화된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3~5년을 기술 경쟁력 강화의 전략적 시기로 삼고 중장기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시장은 연평균 약 30%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고객사들의 수요는 2026년까지 가시성이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HBM3E를 포함한 고성능 D램, 엔터프라이즈 SSD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이 당분간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인프라 확장이 중장기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양사는 나란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병행해 AI 수요에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생산라인 증설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와 미국 텍사스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수요 급증이 단순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AI 중심의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생성형부터 자율주행까지 … 全 산업으로 확산되는 AI 영향력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반 산업이 초기 상용화를 넘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2차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생성형 AI, 자율주행, 엣지 컴퓨팅, 의료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산 성능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와 고성능 로직 반도체 수요 역시 동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AI 인프라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픈AI 등은 수십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증설과 AI 전용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공급망 전반에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계는 아직 AI의 실질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술 전환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I 시장의 단기적 조정 가능성과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의 질적 변화와 기술 진화를 기반으로 한 장기 성장 기회를 주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인프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는 반도체업계의 선제적 투자와 기술 고도화 전략이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