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팩트시트 확정… 관세율 상한·외환 안정장치 명시'유리한 조건' 자평한 정부… 다만 美 수용 의무는 없어"성실 검토"만 명시 … 시장충격 방지, 선언에 그칠 우려
  •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14.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14. ⓒ뉴시스
    14일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세부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최종 확정 발표됐다. 정부는 한국 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자평했지만, 실질적인 부담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핵심 광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분야에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이 승인한 조선 산업에 1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기반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가 투입된다.

    정부는 연간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요구받지 않으며,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매수 이외의 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시장 불안이 예상될 경우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신의를 가지고 적절히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이 반드시 조정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고, '검토'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 불안이 발생해도 실질적 대응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2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 규모 자체가 한국 외환시장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연간 최대 200억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며,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실질적 리스크가 고스란히 남는 구조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강조하며 "시장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조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조율의 기준과 방식은 여전히 모호하다. 투자 이행이 원화 변동성을 키울 경우 조정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국의 대응은 '성실한 고려'에 그쳐 실효성은 미지수다.

    관세 분야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해 15% 상한이 설정됐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 목재, 제약 제품 등에 대해 232조 관세를 15%로 제한하고, 한미 FTA 또는 최혜국대우(MFN) 세율 중 높은 쪽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타국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협상을 마무리지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는 견해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도 연간 투자 상한선 같은 안전장치가 없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도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구조다. 

    일본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막대한 투자 부담과 외환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결국 연간 200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금 자체가 한국 경제의 외환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역 장벽 해소와 디지털 규범 협력도 포함됐다. 미국산 농산물 승인 절차 간소화, 과일·채소 전용 데스크 설치, 육류·치즈 시장 접근성 확대 등이 추진되며,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이전 관련 법에서 미국 기업 차별 금지와 WTO 전자상거래 관세 면제 영구화 지지도 명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한다는 점을 양국이 확인했다"며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대한 우려는 불식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 자체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안정장치의 실효성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