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과 30번 만나고 300번 넘게 연락"심장이 마르는 순간도" … 9·11 추모식이 전환점 "국회 비준은 자충수 될 것… 전략적 여지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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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뉴시스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가 지난 14일 발표된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30번 만나고 통화와 문자를 300번 넘게 주고받으며 "심장이 마르는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하지만, 협상 결과를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리 국력의 한계를 실감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짜 터프(Tough)한 분은 러트닉 상무장관"이라며 "아주 직설적이다. 협상하다가 불리하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다. '너와 더 이상 대화할 필요 없다. 나는 네 말 안 듣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강경했던 러트닉 장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계기로는 9·11 추모식을 꼽았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자신이 열심히 사는 이유를 9·11 테러로 숨진 동생과 직원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9·11 때마다 추도 예배를 한다고 했다"면서 협상 난항 당시 이 같은 러트닉 장관의 개인사를 떠올렸다고 했다.김 장관은 "지난 9월 러트닉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고, 심지어 우리 측 협상단이 미국에 가도 만나 주지도 않았다"면서 "그때 러트닉 장관의 9·11 사연이 생각나 '협상은 협상인데, 당신이 내게 말했던 9·11 얘기가 기억나니 추도 예배만 드리러 가겠다'고 연락했고 러트닉 장관으로 부터 '예스 땡큐(Yes thank you)'라는 답장이 왔다"고 밝혔다.그는 "추도 예배를 드렸는데 그날 저녁 '내일 오후 시간이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가 협상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다"며 "바로 그다음 날 미국 측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분납 투자'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김 장관은 한미 관세·안보분야 팩트시트는 국회 비준 대상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선 "프로젝트 선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슈가 있는데 비준을 한다는 소리는 권투 선수가 링에 올라가는데 저 쪽(미국)은 자유롭게 하는데 우리는 손발을 묶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김 장관은 "비준을 받으면 국내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조항에 있는 내용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며 "예를 들면 우리 조문 중에 5대 5로 (수익을) 배분한다는 내용들이 있는데 (비준을 받지 않아야) 그런 부분들을 앞으로 협상을 하면서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공개된 투자MOU에는 양국은 한국이 납입한 투자금이 회수될 때까지 50대 50으로 수익을 배분하다 이후 미국 90, 한국 10의 비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김 장관은 "법으로 비준을 한다는 소리는 못박는 꼴이도는데 전략적으로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봤을 때 우리의 자충수가 될 것 같다는 측면이 있다"며 "재정적인 부담이나 이런 것들은 특별법을 만들어서 국회의 동의를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좀 대국적인, 전략적인 면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