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불확실성 줄었지만 시험대는 이제부터”AI 거품론 속 반도체 수요 견조 … 韓 제조 경쟁력 ‘안전판’ 부각프런트 로딩 효과 소멸 … 수출 방어력 입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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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한미 무역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통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관세 충격이 하반기에는 실제 부담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18일 BBC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무역 변수의 영향이 크지만, 협상 결과를 통해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수출 개선이 관세 부과 전에 물량을 앞당기는 이른바 ‘프런트 로딩’ 효과에 의해 지탱된 만큼, 앞으로는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에 대한 시험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미 투자가 대거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는 한미 기술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제조·응용기술이 결합한 공동벤처 모델이 현실화될 경우, 관세 리스크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망 재편의 흐름 속에서 ‘기술동맹’이 곧 산업전략이 된다는 진단이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투기적 요소가 일부 섞여 있을 수 있으나, AI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장기적 붐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뿐 아니라 로봇·소형 기기 등 실물기술로 확장되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이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AI 기업 경쟁은 주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하드웨어 효율을 좌우하는 메모리·칩 설계, 초미세 공정 등 제조 기반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 이 총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며 “AI 거품이 꺼지더라도 한국은 수요 기반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관세 충격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 아니며, 미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계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