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에 올라탄 지자체, 예산 확보용 키워드 남용 논란울산·경남·대구 등 제조업 도시 중심으로 유사 사업 중복 편성국회 증액 사업 4건 중 1건 'AI'… "지역구 챙기기 포장" 비판도내년 지방선거 앞 'AI 쇼핑' 가관 … 지자체 '옥석 가리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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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엑스포 ⓒ연합뉴스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이 내년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사업 계획에 이재명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인공지능(AI)을 섞어 예산 따기에 혈안인 가운데, 지역간 차별화 없는 AI 정책으로 민간기업에서 불거진 'AI 거품론'이 지자체로 옮겨붙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19일 각 광역자치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전남도는'AI·에너지·첨단산업 수도 전남'을 표방하며 내년 AI 기반 인력 양성·스타트업 성장 지원에 10억원, 첨단로봇 AI 활용 중소기업 제조 혁신 사업에 8억원, 대불국가산단 및 여수국가산단 AX 실증 인프라 구축에 7억원 등을 배정한다.

    경남도는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93억원)과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87억원) 등 제조업 AI 전환에 나선다. 대구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된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85억원을 편성해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로봇·바이오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한다.

    이처럼 15개 시도가 2026년도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AI 관련 사업을 신규 또는 확대 편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 지자체가 사업 계획에 이재명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AI'를 삽입하는 것을 두고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한 꼼수란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 경제',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 주도 성장' 등 키워드가 들어간 사업 계획서는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나 국회에서 통과하기가 용이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 정부에서 사업 계획서에 'AI' 키워드를 남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울산시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AI 분야 351억원 중 국비 235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AI 수도'를 표방하며 AI 기반 제조업 생산기술 개발에 82억원, 인력 양성에 17억원, 울산형 AI 산업 생태계 조성에 3억원 등을 투입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기반인 도시들이 AI를 활용한 산업 고도화에 집중하는데, 울산·경남·대구 등은 모두 'AI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각 시도의 사업을 보면 AI 인력 양성, 스타트업 지원, 제조업 AI 전환 등으로 유사해 중복 투자에 따른 유의미한 결과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단 지적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AI 기반으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기업에서 번진 'AI 거품론'이 지자체로 옮겨붙는 거 아니냔 의구심도 생긴다. 최근 IT업계에선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투자 대비 수익성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AI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조직 '난다(NANDA) 이니셔티브'가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전혀 수익을 얻지 못하고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AI 거품론에 힘이 실렸다. 포레스터리서치는 기업들이 계획한 AI 지출의 25%를 2027년까지 지연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AI 수요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 가운데 'AI'가 들어간 사업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별다른 검토 없이 증액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우려를 더한다. '전북 AI한글화 교육센터'(40억), '광주 AI 실증도시'(20억), '동대구 AI테크포트'(30억) 등 지역구 예산으로 보이는 항목이 대표적이다. 야당 주도로 이뤄졌지만, 여지 없이 야당도 끼어든 셈이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증액이 요구된 사업 중 'AI'가 들어가는 것만 26개(24.1%)로 증액 요구 규모는 1370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내용은 AI와 무관한 지역 기반 사업인데 AI만 붙여 포장한 무늬만 AI 사업이고, 실상은 '지역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예산결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AI와 관계가 없는 것들에 AI를 붙여 놓고 부처별로 몇천억원씩 가져간다"고 비판했다.

    이에 AI 관련 사업이 남발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와 예산시즌, 현 정부의 'AI 3대 강국' 목표가 맞물리면서 지자체 간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AI가 우리 산업이 가야할 길은 맞지만, 차별화 없는 무분별한 정책과 예산 집행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