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여당 주도로 농어촌기본소득 예산 2배 ↑농어촌 기본소득 본사업 땐 연 4.9조 … 재정부담 '눈덩이'지자체·범여권, 사업 전면 확대·국비 상향 촉구하고 나서 나라살림 적자 100조 돌파에도 '현금 퍼주기' 강행 나서 예산안 검토보고서 "장기적 재정 집행가능성 고려해야"전문가 "한정된 재정 속에서 다른 분야 투자 여력 줄 것"
  • ▲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란 비판 속에서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정부안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예산을 확대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가 역대 두번째로 많은 10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이 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돼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매년 조 단위의 의무지출이 발생해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정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으나, 여야 이견이 큰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안은 논의가 뒤로 미뤄진 상태다. 

    앞서 지난 13일 국회 농해수위 예산심사소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2026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을 원안보다 1조1700억원 증액 의결했다. 이 중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비가 1703억원에서 3409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시범사업 대상지역을 최대 5곳까지 추가하고 국고 보조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주민들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부 시범사업이다. 시범 사업 기간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이다.

    기존 정부안은 정부 40%·광역단체 30%·기초단체 30%였다. 농해수위는 증액 예산안에 국비 지원 비율을 50%로 상향하고 지방비 비중을 광역단체 30%, 기초단체 20%로 변경했다. 다만 광역자치단체가 30% 이하로 부담하는 경우 국비 배정을 보류하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인구 감소 지역 69곳 중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곳을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추가 시범지역은 당초 공모 심사에서 컷 오프 됐던 전남 곡성, 충북 옥천, 전북 장수, 전북 진안, 경북 봉화 등 5곳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국비 확대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인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진보당 전라지역위원장들은 인구감소지역 69곳 전체를 대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전면 도입할 것과 국비 부담율 역시 현행보다 대폭 높은 90%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된 전국 7개군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회를 방문해 국비 비율 상향과 지방비 부담 완화를 촉구했다.  

    이 사업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본사업으로 전환돼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막대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어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69개군 전체로 확대되면 현재 기준으로 매년 4조90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정부 부담만 약 2조원으로, 이는 농식품부 전체 연간 예산의 약 10% 해당하는 규모다. 만일 지원대상을 전체 농어촌 인구로 확대할 경우 정부가 투입해야 할 재정은 최대 6조원 수준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검토보고서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지원금 월 15만원이 농어촌 주민의 정주 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실질적 유인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책검증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을 통한 직접적 소득보전으로 국가 재정여력이 감소해 농어업 혁신이나 농어촌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기술개발, 기반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재정 집행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상을 군 단위로 설정해 도농복합시에 소속된 읍·면 등은 지원이 절실해도 원칙적으로 배제되고,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시범사업 실시로 시범사업지가 인근 인구감소지역 인구를 흡수해 정책 실효성 검증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실제 정책 발표 이후 시범사업 지역 7곳의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단기간에 인구 유입 효과를 이끈 셈이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혜택을 얻기 위해 잠시 주소지를 옮기거나 실제 거주하지 않은 채 주민등록만 이전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지난달 기준 인구가 2만9294명으로 9월(2만9078명) 대비 216명 늘어났다. 지난해 4월 기준 3만명 선이 무너진 뒤 올해도 3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10월에 반등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달 기준 3만9624명으로 9월(3만9296명)보다 328명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지속되던 감소세가 반전된 것이다. 나머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의 인구 증가세가 오름세를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성급한 기대를 갖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단기간 인구 증가가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데다, 위장전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적 검증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인구 증가는 주변 지역 인구를 일시적으로 끌어온 결과에 가까울 수 있다"며 "현금성 복지는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계속 규모가 확대되면, 한정된 재정 속에서 결국 다른 분야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