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역전' 저축은행 10곳 달해 … 동일한 곳도 8곳PF부실 정리 여파…"만기 평탄화 위한 일시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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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 6개월 정기 예금 금리가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신 기반이 줄어든 데다 연말 예금 만기가 몰리면서 일부 저축은행이 단기 자금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업권에서 6개월 금리가 1년 금리보다 높은 정기예금 상품은 총 10개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예치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은 구조가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HB저축은행의 6개월 금리는 2.9%로 1년물(2.85%)보다 0.05%포인트(p) 높았다. 민국저축은행 역시 6개월 금리가 1년물 대비 0.1%p 높았다. 부림저축은행, 인성저축은행, 참저축은행 등에서도 동일한 역전 현상이 확인됐다.

    6개월과 12개월 금리를 동일하게 운영하는 곳도 8곳에 달했다. JT친애저축은행(2.95%), 금화저축은행(2.8%), 흥국저축은행(2.7%) 등이 대표적이며, 웰컴저축은행(2.9%)과 OK저축은행(3.1%) 등 대형 저축은행도 단기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상반기 PF 부실 정리 여파로 수신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개별 저축은행들이 단기 예금 금리를 높여 빠른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기 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단기 예금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도 맞물리면서 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금 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 위험이 있어, 저축은행들은 만기 시점을 분산시키기 위해 1년 미만 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대형사들의 단기 상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SBI저축은행 최고 연 30% 금리를 주는 단기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OK저축은행은 이자와 올리브영 쿠폰을 지급하는 6개월 만기 적립식 상품을 내놨다.

    저축은행 업권의 수신 규모는 3분기 105조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5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연말 만기 도래 대비 차원의 일시적 수신 확대로 분석된다.

    한편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달 초 2.68%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로 인해 3%대 정기예금 상품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일부에서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예금 금리 하락은 PF 부실 여파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운용 여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을 무리하게 유치할 경우 역마진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금리 경쟁보다는 유동성 관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6개월 금리를 높이는 것은 단기 자금을 더 유입시키려는 목적"이라며 "대출 수요가 크지 않은 만큼 업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